가공육 1위 업체 하림이 닭고기 공급량을 늘리기로 하면서 치킨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공급량 증가로 하반기 닭고기 가격이 내려가면 치킨값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눈총이 더 따가워질 수 있어서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치킨값 인상의 배경으로 꼽은 차액 가맹금(마진) 과다 수취 문제를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히면서 업계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소비자 사이에선 식품업계처럼 치킨값도 줄줄이 내려가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오는데 치킨업계는 "식품과 치킨은 산업 구조가 다르다"며 가격 조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림은 닭고기 가격 안정화를 위해 다음 달 21일부터 8주 동안 미국에서 총 240만 개의 종란을 추가 수입한다고 17일 밝혔다. 육계로 출하하기까지 최소 55일이 걸려 10월부터 닭고기 공급량이 늘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13일 닭고기 업체 10여 곳과 수급조절협의회를 진행하면서 공급량을 조정한 것이라 다른 업체도 따라올 가능성이 높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대형마트 공급가 안정화에 초점을 맞추고 공급량 조정을 진행 중"이라 설명했지만 국민 정서상 닭고기 가격이 내려가면 치킨업계도 값을 인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압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제조사만 일정 손해를 감수하는 식품의 가격 인하와 달리 치킨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주와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치킨값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특히 배달 수수료, 가스비, 인건비 등 매장 운영비가 많이 올라 가맹점주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가 없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앱 수수료가 결제 금액의 약 10%에 달하고 한 매장에 가스비가 많게는 130만 원도 나온다"며 "공장 자동화가 진행된 제조사 공장과 달리 치킨 사업은 일일이 사람 손을 거쳐야 해 인건비 영향도 많이 받는 편"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17일부터 가맹 분야 실태 조사를 하면서 치킨 프랜차이즈를 집중 점검하고 있는 것도 업계엔 부담이다. 공정위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필수 품목 적용을 지나치게 할 수 없도록 필수 품목의 지정·변경 등을 가맹 계약에 포함하는 방안도 살피고 있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주에게 치킨을 만드는 데 필요한 필수 품목을 가맹본부를 통해 구매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때 가맹본부에 생기는 유통마진인 차액 가맹금을 낮추겠다는 의도다.
업계는 모든 매장의 맛과 품질을 똑같이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수 품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필수품목 지정 없이 제각각 다른 닭을 쓰거나 기름을 바꾸면 매장마다 치킨 맛이 달라 브랜드 신뢰도에 타격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량 구입을 통해 가맹점에 납품하는 기름 가격을 온라인 최저가보다 낮췄다"며 "필수 품목을 지정한다고 모든 회사가 폭리를 취한다는 건 오해"라고 강조했다.
한편 치킨업계가 식품처럼 줄줄이 가격을 내린 적은 없지만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가 철회한 경험은 있다. 2017년 BBQ는 치킨값을 10% 올렸다가 정부의 압박으로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같은 해 교촌치킨도 인상 계획을 철회했으며 BHC치킨은 한시적으로 가격을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