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호'가 출항을 앞두고 삐거덕대고 있다. 음주음전으로 처벌까지 받은 선수를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해 논란이 되자, 결국 해당 선수를 대표팀에서 제외했다. 대한축구협회는 해당 선수의 이력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고 실토해 논란은 확산될 전망이다. 자칫하면 아시안게임에 1명 적은 인원으로 참가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18일 입장문을 통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에서 이상민(23·성남FC)을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수 선발 과정에서 '축구국가대표팀 운영규정'에 맞지 않는 선수를 선발한 점에 대해 겸허히 인정한다. 향후 행정체계 정비를 통해 유사한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앞서 황선홍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14일 대표팀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이후 수비수로 발탁된 이상민에 대해 여론이 들끓었다. 이상민은 2020년 5월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그해 8월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 원 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 당시 K리그2(2부리그) 충남 아산 소속이었던 그는 3경기에 출전한 후 구단에 알려 '은폐'했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향후 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경우 '병역특혜' 기회를 얻기 때문에 공분이 일었다.
이상민은 축구협회의 '축구국가대표팀 운영규정'상 국가대표가 될 수 없는 선수다. 운영규정의 제17조(징계 및 결격사유)에 따르면 '음주운전 등과 관련한 행위로 5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선고되고, 그 형이 확정된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황 감독은 2021년 9월 22세 이하(U-22) 대표팀을 시작으로 U-23, U-24 대표팀에 연이어 이상민을 발탁했다. 황 감독은 "감독, 코칭스태프들도 선수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부주의했던 것에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문제는 축구협회가 이 같은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협회는 이날 입장문에서 "(이상민이 K리그2 소속이라) K리그1이나 A대표팀 선수 등과 비교해 정보가 상대적으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아 2021년 첫 선발 당시 관련 규정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며 행정 처리에서 미숙했다고 인정했다. 협회는 이상민이 음주운전을 저지르고 1년여 만에 대표팀에 합류했음에도 이를 3년 동안 파악하지 못했다는 무능함을 스스로 드러냈다. 이 때문에 황 감독과 협회 간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이상민을 대표팀에서 제외할 경우 1명이 부족한 21명만이 항저우로 향할 처지에 놓였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지난 15일 각 나라의 아시안게임 최종 명단 제출을 마감했다. 최종 명단 변경은 부상 또는 의학적 사유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아울러 최근 파리생제르맹(PSG)으로 이적한 이강인의 경우 대표팀 차출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협회는 "22명의 선수가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입장만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