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삽살개 모녀인 '바람이'와 '솔이'를 키우던 A씨는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입원을 하게 됐다. A씨는 대형견 두 마리를 맡길 곳이 없어 한 마리당 550만 원씩 총 1,100만 원을 주고 경기도에 있는 한 신종펫숍에 개들을 맡겼다. A씨는 "큰 비용을 주고 맡기는 만큼 잘해 줄 거라는 생각이 컸다"며 "이후 개들의 사진을 요청하자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사진을 보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파양동물(보호자가 소유권을 포기한 동물)을 암매장한 신종펫숍 문제를 다룬 SBS TV동물농장 방송 다음 날 해당 업체를 찾아갔지만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이후 업체 측에 사진을 재요청하자 엉뚱한 개의 사진을 보내왔다. 현재까지 두 마리의 행방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2. 진도 믹스견인 '코리'를 키우던 B씨는 입질이 있어 고민이 컸다. 그러던 차 훈련시켜준다는 얘기를 듣고 400만 원을 주고 신종펫숍에 코리를 맡겼다. 코리를 맡아주기로 한 기간은 1년. 하지만 업체로부터 이틀 만에 개를 잃어버렸다는 소식을 듣고 잃어버렸다는 장소에 가서 코리를 찾았다. B씨는 코리를 도로 데려가겠다고 했지만 신종펫숍은 계약서를 빌미로 돌려주지 않았다. 결국 개를 데려오지 못했고, 지금은 업체 측과의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B씨는 "코리의 생사라도 확인되면 좋겠다"며 안타까워했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23년 신종펫샵 피해 국회 간담회'에 소개된 피해사례다. 신종펫숍은 비영리 보호소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펫숍 영업에 주력하거나 영리를 목적으로 하면서 보호소를 표방하는 업체다. 이날 간담회는 국회의원 연구단체 동물복지국회포럼과 위성곤,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하고,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의 주관으로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신종펫숍 피해자 5개 그룹이 참석해 피해 사례를 공유했다. 기르기 어려운 동물을 맡아준다는 제의에 거액을 주고 동물을 맡겼지만 업체와 연락이 끊겨 동물의 생사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동물을 훈련소로 보냈다고 했지만 알고 보니 동물처리업자에게 넘겨져 라이프가 구조한 경우도 있었다.
라이프는 앞서 5월 신종펫숍 업체들이 파양동물 100여 마리를 동물처리업자에게 넘겨 죽음에 이르게 한 정황을 포착하고, 업체와 동물처리업자를 사기 및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신종펫숍 업체들은 수십만~수천만 원에 이르는 파양비를 받고 동물을 맡은 뒤, 동물을 돌보는 대신 한 마리당 10만~30만 원을 주고 동물처리업자에게 넘겼다. 처리업자는 경기 여주시 북내면 장암리 일대 야산에서 동물들을 죽여 땅속에 묻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종펫숍 피해 사례가 수년째 속출하고 있지만 오히려 관련 업체들은 늘어났다. 이들은 '안락사 없는 보호소'나 '무료 분양', '무료 입양' 등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보호자로부터 돈을 받고 반려동물을 맡은 뒤 새 보호자에게 다시 돈을 받고 팔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업체와 소비자 간 불공정 거래가 발생하는가 하면 동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경우가 발견되고 있다. 또 파양동물을 미끼상품으로 두고 펫숍을 운영하면서 더 큰 수익을 올리고 있는 업체들도 있다. (☞관련기사: 신종펫숍에 속지 마세요, 부디 제발)
심인섭 라이프 대표는 "신종펫숍 업체들이 보호소라는 명칭을 못 쓰게 하는 방법만으로는 범죄를 막을 수 없다"며 "신종펫숍 업체가 파양동물 보호와 입양 이력을 정확히 남기도록 하고 기록과 실제 상황이 다를 경우 처벌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