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500만 원이면 돼?" 여경 포옹한 80대 노인, 강제추행으로 피소

입력
2023.07.18 15:30
처음 만난 자리서 손잡고 포옹한 정황
파출소장, 갑질 의혹에 뒤늦게 사과도

여성 경찰관에게 "승진하려면 500만 원이면 되느냐"라는 막말을 하거나 불러낸 뒤 손을 잡고 포옹을 한 80대 노인이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당했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1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서울 성동경찰서 금호파출소장의 갑질을 폭로한 박인아 경위가 "그제(16일) 80대 남성 A씨에 대해서도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지역 유지로 알려진 A씨는 지난 4월 파출소장에게 "(박 경위를) 승진시키려면 500만 원이면 되느냐"라고 말하며 박 경위를 불러낸 뒤 손을 잡거나 포옹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민 위원장에 따르면, A씨는 박 경위에게 "파출소장 비서, 과일 깎아 봐라"라고 시키기도 했다. 이들은 파출소에서 약 150m 떨어진 건물 창고에서 만났는데, 이 자리에는 파출소장과 주민센터장 등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 경위는 "야, 회장님(A씨)이 너 승진시켜 준대, 와서 좀 사진을 찍어라"라며 근무 중인 박 경위를 수차례 불러내 접대를 압박한 파출소장의 갑질을 폭로했다. 민 위원장은 "이전에는 파출소장에 대한 갑질 부분만 고소했지만, 이제 A씨에 대해서도 따로 고소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갑질 가해자로 지목된 파출소장은 뒤늦게 박 경위에게 사과했다. 민 위원장은 "최근 (파출소장이) 박 경위에게 '잘못했다, 용서해 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고 하더라"면서 "방송이 나간 후 파출소장도 심경에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공론화 이후 갑질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 분리 조치도 이뤄졌다. 민 위원장은 "지금은 박 경위가 혼자 근무할 수 있는 곳으로 발령을 받아 분리조치가 됐다"고 전했다.

경찰청은 17일 전국경찰직장협의회와 만나 "공정하게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파출소장이 임의로 파출소 내 폐쇄회로(CC)TV를 열람하고, 박 경위의 근무태만에 대한 동료들의 진술서를 강요한 데 대해서도 민 위원장은 "감찰에서 원점 재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라고 밝혔다.

김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