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동반하는 낙뢰 공포

입력
2023.07.17 16:3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폭우성 장맛비가 쏟아지면서 낙뢰가 동반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지난 13일 공항철도 인천 계양역에서 서울역 방향 구간에 낙뢰로 인한 전력 공급 차질이 생겨 열차 5대가 운행 중단되는가 하면, 그 전날엔 새벽 시간대 광주의 아파트에 낙뢰로 정전이 발생해 수백여 가구가 불편을 겪었다. 전남 장성군의 창고에 낙뢰가 떨어져 화재로 이어졌고, 경북 의성군에선 400년 된 쌍둥이 회나무가 벼락(낙뢰)을 맞아 맥없이 쓰러졌다.

□ 낙뢰는 번개구름 안에 전기를 띤 입자가 땅으로 떨어져 전기를 방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빛 속도의 10분의 1 정도로 빠른 전기 방전으로, 태양 표면보다 4배 이상 뜨거운 2만7,000도의 열이 발생한다. 이런 가공할 에너지가 소멸하는 과정에서 빛과 소리 형태로 전환되는데, 이때 번쩍하는 불빛을 ‘번개’, 주변 공기가 급속히 팽창하며 발생하는 소리가 ‘천둥’이다.

□ 지난 한 달간 한반도에 2만1,596회 낙뢰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10년간 평균치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낙뢰가 친 날은 모두 20일이었는데 하루 평균 1,080번에 달하는 셈이다. 세계적으로 낙뢰는 증가세다.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높아지면서 수증기 발생이 많아지고 비구름대가 갑작스레 형성돼 대기불안정이 커지는 탓이다. 지난해 인도에선 낙뢰로 900여 명이 숨졌고, 낙뢰가 잘 떨어지지 않던 북극에서도 횟수가 늘고 있다.

□ 로또 1등 당첨확률은 ‘814만 분의 1’이라고 한다. 미국 국립번개안전연구원(NLSI)이 밝힌 낙뢰 맞을 확률은 28만 분의 1이다. 로또보다는 낙뢰 맞을 확률이 높다. 세계적으로 매년 2,000여 명이 목숨을 잃는다. 지난달 10일 강원 양양군 설악해변에서도 1명이 사망했다. 낙뢰를 맞으면 즉사할 확률이 80%(한국전기연구원)에 이른다. 번개를 목격한 뒤 30초 안에 천둥소리를 듣게 되면 즉시 건물 안으로 피하거나 금속을 몸에 지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나무 밑에 숨는 건 위험하며, 뾰족한 우산은 버리고 휴대폰은 머리 위로 들어 올리지 말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박석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