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대응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이 5개월째 공석인 채로 최악의 물폭탄 참사를 맞았다. 2월 탄핵심판 개시로 직무가 정지되며 우려됐던 ‘재난 컨트롤타워 공백’이 현실화한 것이다. 폴란드를 찾았던 윤석열 대통령은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주말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당장 서울로 뛰어가도 크게 바꿀 수 없어서”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었다. 한덕수 총리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이끌었다지만,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인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망자가 14명으로 늘어난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시스템 구멍 흔적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본보 취재 결과 미호강 현장 공사 감리단장이 112에 제방이 넘쳐 지하차도 통제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두 차례나 신고했지만 경찰은 움직이지 않았다. 구청 직원은 홍수통제소의 대응 요청을 뭉갰고, 청주시와 충북도는 책임만 떠넘기며 차량 통제를 하지 않았다. 일찌감치 예고된 폭우에도 미호천교 개축을 위해 쌓은 임시 제방 보강은 부실했다.
명확히 진상 규명을 해봐야겠지만, 이 모든 것을 실무진 책임만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긴급한 자연재해 상황에서는 재난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중앙부처, 지자체, 경찰 등이 유기적 소통을 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기관 간 정보 공유에 문제가 없는지, 경찰이 신고에 적극 대응하는지, 지자체가 위임받은 하천 관리를 제대로 하는지 점검하고 독려하는 것이 컨트롤타워 역할일 것이다.
그런데 행정수반인 대통령이 국내에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인식은 너무 아찔하다.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를 겪고도 어떻게 이런 메시지를 낼 수 있는가. 우크라이나 방문이 불가피했다면 좀 더 정제된 설명을 내놓았어야 한다. 이러니 재난 대응을 진두지휘해야 할 행안부 장관이 장기간 자리를 비우는 한이 있어도 그냥 물러나게 할 수는 없다고 버텨온 것 아니겠나. 감사원이 이태원 참사를 비롯한 재난대응체계 감사를 차일피일 미루며 올 4분기에나 하겠다는 것도 안일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제부터라도 재난 대응에서 컨트롤타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부터 다잡고 대응 체계 정비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