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주년 제헌절을 맞은 17일 김진표 국회의장이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최소 개헌’을 제안했다.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을지라도 국가 미래를 위해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는 개헌 필요성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 대통령이나 여야 모두 이번 제안을 개헌 논의의 시발점으로 삼기 바란다.
김 의장이 제안한 '최소 개헌'은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국무총리 국회 복수 추천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 등 세 가지다. 김 의장은 “대통령과 여야, 국민 모두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와 차기 권력 모두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권력구조 개편과 헌법상 폐지를 두고 찬반이 엇갈리는 불체포 특권까지 포함돼 있어, 개헌 논의의 물꼬를 트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개헌 국민투표 시점으로 제시한 내년 4월 총선도 공론화나 향후 절차 등을 감안하면 빠듯한 일정이다.
그럼에도 ‘정치’가 실종된 답답한 정국 상황에서 여야가 답 없는 지난한 대치를 이어가기보다 개헌이라는 큰 틀 안에서 정치 발전과 국가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게 더 현명한 대처일 수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자칫 야당의 입법독주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라는 '악순환'이 내년 총선까지 9개월간, 혹은 그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시대적 상황은 다르지만, 1987년 9차 개헌도 민주화의 소용돌이라는 정치적 격변 상황에서 이뤄졌다. 군부 정권과 민주화 세력으로 정치적 간극이 컸던 여야가 대통령 직선제 합의를 전제로 8인의 정치회담을 통해 100여 개에 이르는 쟁점을 32일 만에 풀어냈고, 그렇게 개정된 헌법이 36년간 대한민국 사회를 지탱해 왔다. 정치적 양극화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이라는 함정에 갇힌 여야는 정치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개헌 논의 검토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