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빠른 6연발 권총을 지닌 사람"

입력
2023.07.20 04:30
26면
7.20 Doc. Holliday- 2

여러 차례 지명수배당하고, 투옥됐다가 동료들의 도움으로 탈옥하고, 재판정에도 섰던 독 홀리데이는 전설의 연방 보안관 와이어트 어프의 친구였다. 1870년대 캔자스주 닷지시티에서 열차강도 데이브 루다보를 추적하던 어프가 홀리데이의 결정적인 제보 덕에 체포에 성공한 일이 있었다. 어프는 홀리데이가 루다보의 포커 파트너란 사실을 전해 듣고 그를 만났다. 보안관이라면 상대도 해주지 않으리라던 예상과 달리 홀리데이는 어프에게 마음을 열었고, 의기투합한 둘은 평생 험한 자리에서 서로의 등을 맡기며 우정을 유지했다. 1881년 10월, 애리조나주 툼스톤에서 벌인 저 유명한 ‘OK목장의 결투’를 앞두고 어프가 도움을 청한 것도, 홀리데이가 두말없이 가담한 것도 그래서였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히스토리' 매체는 독 홀리데이가 치명적인 명성과 달리 실제 총격전을 벌인 건 8번뿐이고, 목숨을 앗은 건 단 두 명뿐이라고 소개했다. 물론 그건 공식 기록에 근거한 거였고, 실제로 그의 총(드물게는 칼)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생전의 그는 총잡이로 살았던 10년 남짓 동안 네 차례 교수형 위기에 처했다가 동료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모면했고, 총격전에서도 다섯 차례나 부상을 입고 숨질 뻔했다고 직접 말했다.

콜로라도주 리드빌의 한 매체는 “무법의 개척지에서 독 홀리데이만큼 용감하고, 치열하고, 시련에 처한 친구들을 위해 헌신했던 사람은 없었다”고, “위험에 처했을 때 머뭇거리지 않고 달려올 준비가 돼 있던 친구를 그보다 많이 가진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부고에 썼다.
와이어트 어프는 “내 충실한 친구 홀리데이는 돈이 필요해 도박꾼이 된 치과의사였고, 질병 때문에 방랑자가 된 신사였고, 신산한 삶에서 신랄한 위트를 얻은 철학자였고, (…) 누구보다 빠르고 치명적인 6연발 권총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애도했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