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도 끝나지 않은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일부 의료기관 파업 계속

입력
2023.07.17 18:30
부산대병원 본원·양산 17일 전면파업
고대·아주대병원 등도 파업 이어가
사업장별 인력 확충, 공공의료 강화 등 요구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지난 14일 산별 총파업을 종료했지만 일부 소속 의료기관들은 개별적으로 파업을 이어가고 있어 의료 현장에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국립대병원 중 노조 규모가 가장 큰 부산대병원지부는 17일 오전 부산 서구 본원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환자 안전과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위해 병원 측이 교섭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부산 최대 상급종합병원인 부산대병원 본원과 양산 분원은 인력 165명 확충, 불법의료 근절, 비정규직 직접 고용 등을 요구하며 산별 총파업이 시작된 지난 13일부터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2개월간 병원 측은 7차례 교섭에서 우리 요구를 단 하나도 수용하지 않고 시간만 끌다가 파업에 돌입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입원 환자를 강제로 퇴원시켰다"며 "이러고도 모든 사태를 노조 탓으로 돌리는 것은 후안무치하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파업 중인 의료기관은 고려대의료원(안암·구로·안산), 아주대병원 국립교통재활병원 등을 포함해 17개 사업장이며 참여 조합원은 5,000여 명이다. 반면 한양대병원 이대병원 경희대병원 등 사립대 병원과 충남대병원 전북대병원 등 국립대 병원은 산별 총파업 직후 노사 간 교섭이 속속 타결됐다. 국립암센터는 임금 인상 등에 대한 이견으로 파업이 계속되고 있어도 진료와 수술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파업을 해도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생명과 직결된 업무에는 필수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다만 진료 대기 시간이 길어지거나 수술이 지연되는 등 환자 불편이 예상돼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한 단계 상향해 유지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사업장별로 교섭 타결 때까지 무기한 파업을 예고한 터라 일부 의료기관은 혼란이 장기화할 우려가 크다. 특히 부산대병원은 첨예한 노사 갈등 속 조합원 2,300여 명이 전면 파업에 참여해 입원·수술·외래 진료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부산대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분들께 불편을 끼친 점은 진심으로 죄송하지만 '오죽하면 전면 파업을 할까'라는 생각을 한번쯤 해주시면 감사하겠다"며 "다른 사업장들은 빠른 타결을 위해 노력 중인데 오직 부산대병원은 교섭조차도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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