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패션모델로도 유명한 프랑스 가수 제인 버킨이 16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76세.
르몽드와 프랑스24 등에 따르면 버킨은 이날 프랑스 파리의 자택에서 숨진 채로 간병인에 의해 발견됐다. 버킨은 1990년대 후반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2021년엔 경미한 뇌졸중으로 투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에서 태어난 버킨은 1970, 80년대 프랑스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었다. 그는 뛰어난 패션감각으로 명품가방 '버킨백'에 영감을 준 것으로 익히 알려졌다. 1984년 파리행 비행기에서 그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고 장루이 뒤마 에르메스 5대 회장이 버킨의 가방에서 영감을 받아 버킨백을 제작한 것은 세계 패션계의 유명한 일화다. 그는 자연스러운 멋을 강조하는 프렌치 시크의 대명사로 꼽힌다.
버킨은 프랑스 팝의 선구자로 불린 가수 세르주 갱스부르와 10여 년 동안 동반자로 지내며 여러 명곡도 남겼다. 당시 두 사람은 할리우드 스타 부부였던 '브랜절리나(브래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 커플' 못지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영화 '슬로건'(1968)을 찍으며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이 함께 부른 '주 템 무아 농 플뤼'를 비롯해 버킨이 부른 영화 '클로드 부인'(1977)의 주제가 '예스터데이 예스 어 데이' 등이 유명하다. 그는 애상적이고 가녀린 목소리로 속삭이듯 노래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007' 시리즈로 친숙한 버킨은 뛰어난 배우였다. 그는 영화 '더스트'로 1985년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배우로 주목받았다. 1987년엔 고 장 뤼크 고다르 감독의 영화 '오른쪽에 주의하라'에 출연하는 등 작품성 있는 영화에도 여러 차례 출연했다.
버킨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그는 홍상수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2)에 출연했다. 당시 버킨은 홍 감독에게 먼저 합작을 제안할 정도로 연기 열정이 뜨거웠다. 2004년과 2012, 2013년 한국을 잇달아 찾아 내한 공연을 열기도 했다.
그는 사회운동가이기도 했다. 버킨은 미얀마의 민주화와 아웅산 수지의 석방을 위해 10여 년 동안 노력했다. 여성과 성소수자 권리를 위해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