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부터 내린 집중호우가 충청권과 경북 북부 등에서 막대한 인명·재산피해로 이어진 것은 일단 강수량 자체가 많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장마가 시작되고 불과 21일 만에 이미 평년 장마철 전체 강수량을 압도하는 양의 물폭탄이 투하됐다. 짧은 시간에 과도한 강수량이 좁은 지역에 집중되는 폭우 양상이 한반도 여름철에 고착화하고 있어 앞으로가 더 문제다.
16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장마철 시작 이후 이달 15일까지 20일간 중부지방 평균 누적 강수량은 489.1㎜다. 평년(1991~2020년) 장마 기간 31.5일 동안의 강수량 378.3㎜를 이미 추월했다. 제주도만 올해 현재까지 강수량이 평년의 88% 수준일 뿐 남부지방도 21일(6월 25일~7월 15일) 동안 473.4㎜가 내려 평년(341.1㎜) 장마철 전체 강수량을 앞질렀다. 올해는 평년의 3분의 2 정도 장마 기간에 쏟아진 비가 1.3~1.4배 더 많은 것이다.
특히 지난 13일부터 이날 오후까지 지역별 누적 강수량은 충북 청주시 상당구 474.0㎜, 경북 문경시 동로면 485.5㎜에 이른다. 이 기간 충남 공주시 금흥동(511㎜), 세종시 새롬동(486㎜), 전북 군산시 내흥동(480.3㎜) 누적 강수량도 '역대급'이다. 단 3일 만에 평년 중부지방 장마철 전체 강수량보다 많은 양의 비가 쏟아졌다.
현재까지 장마철 중부지방 누적 강수량은 벌써 최근 10년 사이 4번째로 많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하천과 임야가 수용할 수 있는 강수에는 한계가 있어 하천 범람과 산사태 발생 우려가 그만큼 높은 상태다. 18일까지 충청권과 전북, 경북 북부에는 또 최대 300㎜의 폭우가 예보됐다.
평년보다 강수량이 많은 건 우선 한반도 북쪽 저기압 뒤의 차고 건조한 공기와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올라온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강하게 충돌해 형성된 정체전선에 예년보다 더 많은 수증기가 유입됐기 때문이다. 이런 정체전선이 한반도 동서 방향으로 압축된 상태에서 진동하며 좁은 지역에 거센 비를 뿌렸다. 기상청 관계자는 "가강수량(대기 중 수증기량)이 평년엔 50mm 수준이었다면 올해엔 60~70mm 정도"라면서 "다만 수중기 유입이 많은 이유에는 차후 분석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반도에 집중호우가 부쩍 늘어난 것은 체감 가능한 사실이다. 1시간 강수량이 30㎜를 넘으면 '집중호우', 1시간에 50㎜와 3시간에 90㎜를 동시에 충족하거나 1시간 강수량이 72mm를 넘으면 '극한호우'라고 불린다. 집중호우가 일상이 된 상황에서 짧은 시간에 특정 지역에 극단적인 양의 비가 쏟아지자, 기상청은 재난문자(CBS) 서비스를 시작하며 극한호우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극한호우 기준에 부합하는 비는 2013년 48건에서 2017년 88건, 2020년 117건, 지난해 108건으로 연평균 8.5%씩 늘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기후변화와 엘니뇨 발달로 전 세계 평균기온이 올라가면서 공기 중 수증기량이 늘고 국지적 호우 강도도 세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