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오염수 방류 강행’ 가닥 잡은 일본… 남은 걸림돌 네 가지는?

입력
2023.07.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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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 평가 명분으로 대내외 설득 총력
보상금·외교성과에도 우려 불식 역부족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 평가로 명분을 확보한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명 ‘처리수) 방류를 강행할 기색이다. 이르면 다음 달로 일본 언론이 시기를 점치는 만큼 일본 정부의 대내외 설득은 총력전 양상이다. 하지만 우려를 불식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남아 있는 걸림돌은 대략 네 가지 정도다.

①버티는 어민

일본 정권에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역시 국내 당사자 집단의 반응이다. 일본 어민은 여전히 강경하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성 장관이 11일과 14일,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어협)과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을 잇따라 만나 오염수 방류 불가피성과 피해 대책을 소개했지만 전향적 반응을 끌어내진 못했다.

일단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소비 독려다. 기업 1,000여 곳과 정부 부처 구내식당 등에 후쿠시마현이 포함된 혼슈(일본 열도 중 가장 큰 섬) 도호쿠 동부 수산물 구입을 권유하고, 도쿄 대표 수산물 시장에 전용 매장을 두는 식이다. 방류로 인한 손실은 금전으로 보상된다. 이미 해당 용도로 800억 엔(7,300억여 원)의 기금을 만들어 둔 상태다.

어민이 믿는 구석은 8년 전 약속이다. 2015년 8월 일본 정부는 “어민 등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오염수를 처분하지 않겠다”고 후쿠시마현 어협에 문서로 맹세했고, 이를 지키겠다는 게 현 정부 입장이다. 지렛대가 있는 만큼 오래 버틸수록 더 많이 얻어 내지 않겠느냐는 판단을 어민들이 했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②줄줄이 선거

9월부터 잇따르는 도호쿠 지방 선거도 여권으로선 걱정거리다. 9월 3일 이와테현 지사·의회 선거가 진행되고, 10월 22일과 11월 12일 각각 미야기현, 후쿠시마현 의회 선거가 뒤따른다. 서둘러 밀어붙였다가 불리한 방향으로 방류가 쟁점화할 경우, 자칫 선거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방류 시기를 늦춰도 소문에 따른 피해가 확대돼 해당 지역 수산물 소비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으니, 결단을 내리자는 기류가 집권 자민당 내에 더 강하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5일 전했다.

③요지부동 중국

외교전에는 성과가 있기 마련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이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를 완전히 해제했고, 호주도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을 지지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장관이 각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등에 참석해 오염수의 과학적 안전성을 역설한 결과다.

여론이 쪼개진 한국과도 정부끼리는 사이가 썩 나쁘지 않다. 14일 한미일 외교장관회의 뒤 일본 외무성이 보도자료로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처리수 관련 허위 정보 확산 방지에 관한 협력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힌 건 한미가 논의 사실 공개를 용인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문제는 요지부동인 중국이다. 대중국 관계 개선에 애쓰고 있는 일본으로선 중국과의 신경전 상황에서 오염수 방류를 추진하기가 부담스럽다. 실제 중국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최근 오염수 방류 문제를 놓고 ARF에서 중일 외교장관이 대립한 뒤, 자민당과 연립 여당 공명당 등 여권 고위급 인사들의 중국 방문 계획은 전부 무산됐다.

④정화 오염물

오염수 정화 과정에서 나오는 오염물을 보관할 곳이 4년 뒤면 바닥날 것이라는 전망도 악재다. 15일 교도통신은 “오염물을 둘 장소가 없으면 알프스를 가동할 수 없고, 올여름쯤 방류를 시작해도 원전 폐기 작업을 추진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권경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