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이른 오전에 찾은 경북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 장애인 부녀가 산사태로 참변을 당한 곳은 소백산 비로봉 매표소로 가기 직전에 있는 주택이었다.
사건 발생 후 하루가 지났지만, 삼가저수지를 지나 부녀가 살던 집으로 향하는 길엔 아직도 산사태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산사태로 피해를 본 두 집은 80여 가구가 모여 사는 마을 중에서 매표소 쪽 끝 부분이었는데, 바로 소백산 자락에 위치한 곳이다.
그 중 위에 있던 슬라브 집에서는 1명이 매몰됐다 가까스로 구조됐고, 시멘트 블럭으로 지어진 바로 아랫집에서 일가족 3명 중 60대 아버지와 20대 딸이 숨졌다. 집의 반쪽이 물길에 휩쓸리면서 집 안으로 토사가 들이쳤기 때문이다.
사고 이전에 산길 시멘트 도로 건너편에 있던 창고가 10m 이상 떠내려와 있는 모습을 보니, 당시 산사태의 위력을 바로 실감할 수 있었다. 창고 앞에 세워 뒀던 화물차는 창고보다 더 아랫쪽으로 떠내려가 흙더미가 묻혀 있었다. 부녀가 살던 집에도 승용차가 흙더미에 파묻혀 있었다. 동네 주민들은 "숨진 아버지는 지체장애로 걸음걸이가 불편했고, 딸은 지적장애가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현장에서 만난 송요명 삼가리 이장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산사태는 15일 오전 7시20분 쯤 마을을 덮쳤다. 밤새 쏟아진 폭우로 잠을 설친 이장과 주민들이 집밖으로 나와 걱정을 하고 있던 찰나, 갑자기 산 위에서 커다란 물줄기가 나무와 돌을 몰아 오더니 창고와 집들을 덮쳤다고 한다. 물과 뒤섞인 토사는 창고를 먼저 덮치고 슬라브 집과 시멘트 블럭집(사망 사고 발생)을 잇따라 할퀴고 지나갔다고 한다. 이 사고로 60대 아버지는 물길에 휩쓸렸고, 방안에서 잠자던 20대 딸은 매몰돼 숨졌다. 다른 가족 1명은 집 안쪽 방에 있다가 겨우 목숨을 건졌다.
마을 주민들은 인근 지역의 개발 때문에 산사태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마을 위로 작은 밭이 하나 있었는데, 이 밭을 1,650㎡(500평) 규모로 개발하는 공사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장소에 나무와 돌을 쌓아뒀는데, 폭우가 내린 뒤 적치 장소가 저수지 역할을 하다 둑이 터지면서 마을 쪽으로 한꺼번에 밀려 내려왔다는 게 주민들 주장이다. 한 주민은 "평생 이 마을에 살면서 이런 일은 없었다"며 "밭 개발로 인한 인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