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위험을 무릅쓰고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것은 ‘자유와 연대’라는 한국 외교의 지향점을 전세계에 천명하는 것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2,000조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우크라 재건 사업’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윤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이우에서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의 우크라이나 재건 등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현지 브리핑에서 “한국이 그 동안 지켜온 원칙 하에 포괄적이고 구체적으로 우크라이나와 한국 간에 돕고 또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정부가 역점을 두는 건 최대 2,000조 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보이는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사업이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은 ‘제2의 마셜 플랜’으로 불린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서유럽에 대규모 경제원조를 진행했던 ‘마셜 플랜’에 버금가는 프로젝트란 의미다.
윤 대통령은 13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한-폴란드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MOU’를 체결하는 등 본격적인 재건 사업 참여를 선언한 바 있다. 그리고 이틀 뒤인 이날 우크라이나를 직접 방문해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위한 3각(한국-폴란드-우크라이나) 협력 체계가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다수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하고 있는 배경엔 재건 사업 참여도 포함돼 있다. 사업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기여도가 큰 국가가 많은 사업을 딸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만큼 각국의 참여 경쟁이 클 것이란 얘기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 원조는 단순히 원조 차원을 넘어 전쟁 종료 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신기술을 보급하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기도 하다.
정부는 당장 최대 520억 달러(약 66조 원) 규모의 공공ㆍ민간 영역의 참여를 계획하고 있다. 폴란드는 지난 5월 정부 간 협력 창구를 통해 200억 달러 규모, 5,000여 개 재건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이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민간 주도의 재건 사업의 경우 320억 달러 규모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최상목 경제 수석은 13일 현지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 피해를 복구하는 ‘리빌딩’을 넘어, 국가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뉴빌딩’을 추진 중”이라며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다가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우리의 기술과 경험이 재건에 활용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