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피해 복구가 먼저"... 정치권, 말 줄이고 앞다퉈 현장으로

입력
2023.07.1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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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옥·이재명, 수해 현장 방문
수산시장 먹방·대여 공세 '스톱'
'고속도로 공방' 국토위도 연기

여야가 16일 집중호우 피해 현장을 찾아 신속한 사태 수습과 피해 복구 지원을 약속했다. 정쟁으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은 자제했고, 예정된 국회 일정도 미루며 당분간 피해 대책 마련에 집중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기현, 서둘러 귀국... 與 '수산물 오찬' 취소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충북 괴산군과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을 연달아 방문했다. 그는 "괴산군을 신속히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달라"는 송인헌 괴산군수 요청에 "당연하다"고 했다. 또 경로당에 대피한 괴산군 주민들을 만나 "지역민들의 불편한 것, 피해 본 것에 대한 모든 조치를 다 하겠다"고 위로했다. 경북도청에서 피해상황을 점검한 뒤에는 "언론 보도를 통해 알고 있었던 것보다 현장은 훨씬 피해가 심각하다"며 "예상하지 못한 재난이 발생할 경우까지도 정부가 대응·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피해가 컸던 충청지역 의원들도 지역구를 찾아 바삐 움직였다. 정진석(공주·부여·청양) 의원은 피해 상황을 점검하며 한덕수 국무총리,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책을 요청했다. 정우택 국회부의장(충북 청주)은 "정부는 과하다 싶을 만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출장을 마친 김기현 대표는 예정보다 서둘러 귀국했다. 김 대표는 귀국 직후 호우 피해 관련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피해 복구에 전력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당직자 전원에게 언행에 각별히 주의할 것과 현장 공무원들의 업무 수행에 방해가 되지 않을 것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행정안전위원들은 수해 상황을 고려해 17일로 예정된 노랑진 수산시장 방문 일정을 미뤘다.


이재명, 방해될까 '소방 브리핑' 안 받아... 대여 공세 '일시중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충북 청주시와 괴산군을 찾았다. 그는 괴산댐 월류로 대피한 이재민들을 만나 "피해 복구를 위해선 긴급하게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필요하다"며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에 앞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궁평 제2지하차도에선 구조작업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소방 브리핑을 사양했다.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당내에 여러 태스크포스(TF)가 있는데, 당분간 모든 TF가 수해 피해자 대책단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나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을 둘러싼 공세를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당 관계자는 "곳곳에서 수해 피해가 발생하는 만큼 정부·여당을 향한 비판은 자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예정된 민주당 국토교통위·외교통일위‧국방위원 기자회견은 모두 취소됐고, 국회의원·지역위원장 연석회의도 잠정 연기했다.

여야는 또 17일로 예정된 국토교통위 전체회의를 비롯해 국회 상임위원회 일정을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회의가 열리면 정부부처 공무원들이 국회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피해복구에 집중하기 어렵다. 특히 국토위 전체회의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을 둘러싼 여야의 격한 충돌이 예상되는 만큼, 심각한 재난 상황에서 정쟁을 멈추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손영하 기자
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