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가장 먼저 학살현장 방문… 우크라 비살상무기 지원 기조 바뀔까

입력
2023.07.15 17:12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한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대를 최우선시하는 가치 외교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방문으로 ‘비상살무기 지원’이라는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기조에 변화가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시 학살현장과 민간인 주거지역으로 미사일 공격이 집중된 이르핀시를 돌아봤다고 대통령실이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전격적인 이번 방문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7개국(G7)정상회의에서 만나 따로 회담을 가졌고, 그에 앞서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특사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해 윤 대통령 부부를 만나 초청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시와 이르핀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부차시는 러시아 침공에 따른 대표적인 학살 현장이고, 이르핀시는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겨냥해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곳이다.

따라서 윤 대통령의 이번 방문으로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방침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거론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외신인터뷰에서 민간인 대규모 공격, 대량학살을 전제로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대통령실은 ‘대량학살’ 등의 전황을 전제한 원론적 발언이라며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지만, 정부가 살상무기를 포함해 좀더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에 관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줄을 이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국이 그동안 지켜온 원칙 하에서 포괄적이고 구체적으로 우크라이나와 한국 간에 돕고 또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것은 대러관계, 러시아 진출 한국기업, 동북아 안보 등 고려해야 할 다른 여러 요인 못지 않게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연대라는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윤 대통령은 앞서 나토 정상회의에서 "오늘날과 같은 초연결 시대에 유럽과 아시아의 안보가 따로 구분될 수 없다"고 설명하며 유럽과 인도·태평양지역의 최대 현안인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모두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를 직접 방문함으로써 한반도 현안을 넘어 국제안보 이슈에서 한층 목소리를 높일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바르샤바= 김현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