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m 가까운 높이의 'TGX 510 트랙터' 운전석에 올라타자 양쪽 전면엔 유리거울 대신 세로로 길게 설계된 '디지털 사이드미러'가 한국서 온 낯선 운전자(기자)를 맞아줬다. 깨끗한 화면의 디스플레이에 차량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로 촬영된 화면이 펼쳐지면서 사각지대가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던 초보 트럭 운전자의 부담을 덜어줬다. 6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의 만트럭버스그룹 시험 주행 트랙에서 열린 'MAN 트럭 놀로지' 행사장에서 경험한 '옵티뷰(OptiView)' 얘기다.
첫 코너를 돌 때부터 옵티뷰는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버스나 트럭을 처음 운전할 때 살펴야 할 오른쪽과 왼쪽의 뒷바퀴가 넓은 화면에 또렷하게 보여 안전하게 회전할 수 있었다. 여러 대의 시승 트럭이 몰린 병목 지역에서도 차체의 높이 때문에 쉽게 살필 수 없었던 앞차와의 간격이 화면에 비치면서 충돌 가능성을 낮췄다. 후진할 때도 마찬가지. 충분한 화면 정보로 주차 때 사람은 물론 사물을 건드리는 일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트럭버스그룹의 옵티뷰는 현재 유럽에서 나온 신차에는 도입됐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내년부터 만날 예정이다. 국내에서 2020년 8월부터 출시돼 소비자들에게 호평받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그룹 다임러 트럭의 '미러캠(Mirror Cam)'보다는 출발이 늦은 셈이다. 미러캠은 지난해 10월 2세대 모델까지 선보이면서 1인자 자리를 탄탄히 다지고 있다. 길이는 기존보다 약 10㎝ 짧아지고 디자인도 신경을 써서 공기 역학을 개선해 연료 소모를 최대 1.5%(유럽 기준)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게 다임러 트럭 측 설명이다.
대형 상용차 운전자들이 옵티뷰나 미러캠 같은 디지털 사이드미러에 열광하는 이유는 안전과 주행편의, 연료비 절감 효과 때문이다. 기존 거울 형태의 사이드미러보다 ①차량 주변 정보를 넉넉히, 명확하게 알려주면서도 ②주행 중 공기저항이 줄어 연료 효율을 높일 수 있다. ③뿐만 아니라 폭우나 폭설, 안개가 짙어지는 악천후에서도 상대적으로 선명한 화질을 지원한다는 장점도 있다. 한번 사고가 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 혹시 사고 때문에 일하는 날짜가 감소해 생길 수 있는 손해를 줄이면서도 연료비까지 아낄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얘기다.
디지털 사이드미러 활약은 주행을 멈춘 상태에서도 이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사이드미러는 '차량이 곧 생계 수단'인 대형트럭 운전자들에겐 폐쇄회로(CC)TV로도 활용되는 추세"라면서 "어두운 밤에도 일정 시간 활성화시킬 수 있어 적재 화물 또는 연료 절도 시도 등을 빠르게 알아차리고, 필요하면 경보까지 울리게 하는 수준까지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운송업계의 수익성으로 직결되는 연료 효율 향상에 무게를 둔 기술력도 돋보인다. 볼보트럭코리아에 따르면, 연료 효율을 높이면서 탄소 배출은 줄이는 '퓨얼 세이브' 엔진 모델을 국내 도입 차량에 적용하고 있다. 이는 유럽연합(EU)이 도입한 경유차 배기가스 규제 단계 중 가장 높은 '유로6'에서도 가장 최근 강화된 '스텝 E(9월부터 각국 차례로 적용 예정)'까지 충족해 한동안 환경 규제에 따른 걱정 없이 운행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으로 세계 무대에서 승부를 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 대형트럭 개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수소 상용차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게 현대차 계획"이라며 "전기보다 빠른 충전 시간, 그리고 한 번 충전으로 500㎞ 이상 주행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우지만 충전 거점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은 과제"라고 짚었다. 테슬라가 전기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비록 대형 트럭은 아니지만, 미국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도 최근 트위터를 통해 "기가(팩토리) 텍사스에서 첫 번째 '사이버트럭'이 만들어졌다"고 밝히면서 친환경 트럭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양산차에서 보기 힘들었떤 직선을 강조한 디자인, 그리고 우주선 등을 만들 때 쓰이는 '스테인리스 스틸' 차체가 어떤 효과를 낼 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