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지난 12일 폐막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나토 가입 초청장’을 받지 못할 뻔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의 가입 일정을 확정하지 않은 ‘반쪽짜리 초청장’에 격분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트윗 메시지 때문이었다. 그가 “터무니없다”며 나토를 비난하자,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서 ‘초청’이란 단어를 빼는 방안이 검토됐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정상회의 개막일인 11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동선언문 초안을 파악했고 서방을 향해 “전례가 없고 터무니없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모여 있던 나토 회원국 정부 인사들은 발끈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천문학적 금액을 지원한 서방 동맹국에 대한 '배은망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대표단의 분노가 컸다.
공동선언문 문구 조율을 위한 비공식 회의에서 “가입 조건이 충족되고 동맹국들이 동의하면 우크라이나에 가입 초청을 하기로 합의했다”는 문구를 삭제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거부하는 것으로 해석될 터였다.
결과적으로 원안은 유지됐다. 회원국들의 분노가 가시진 않았지만 △전쟁 중인 국가 지도자는 국익을 위해 그런 발언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이해심과 △문안 작업을 새로 하면 시간이 지체될 것이라는 현실적 고려가 작용했다고 WP는 전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에서 발을 빼면 잃을 게 더 많다는 전략적 계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으로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전쟁을 하는 상황이 불리하지 않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을 묶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패권 관리에 집중할 여유가 생긴 데다 유럽 국가들이 국방비 지출을 늘리면서 미국산 무기 수출 증가라는 경제적 이익도 챙겼다.
유럽 국가들 입장에선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면 러시아의 서진(西進) 리스크를 떠안고 살아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서유럽과 러시아의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
다만 서방과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봉합된 것은 아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젤렌스키 대통령이 12일 정상회의장을 찾아 회원국들에 감사를 표했지만,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30분간 말다툼을 하는 듯한 모습이 목격됐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이 “우리는 '아마존'이 아니다”라며 우크라이나가 영국을 자신들이 원하는 무기가 쌓여 있는 온라인 쇼핑몰 취급하는 것에 불만을 토로한 것도 마찬가지다. 올렉시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영국과 미국 덕분에 전쟁 초기를 견딜 수 있었고 모든 이가 영국만큼 우리를 도왔다면 현재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