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호우로 납골당에 산사태가 나면서 4명이 매몰됐다가 구조됐으나 2명은 결국 숨졌다.
14일 오후 4시 2분쯤 호우특보가 내려진 충남 논산 양지추모원 납골당에 산사태가 나 방문객 4명이 매몰됐다가 구조됐다. 이 가운데 70대 부부 2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나 병원으로 이송 중 숨을 거뒀다. 사촌으로 알려진 1명은 골절 등 중상을 입었으며, 부부의 아들인 20대 남성은 경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전날과 이날 전국에 세찬 비가 내리면서 침수와 정전 피해도 잇따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이날 오후 6시 기준으로 발표한 호우 대처 상황 보고에 따르면 전국 9개 시도 33개 시군구 118세대 216명이 일시 대피했다. 이 중 67세대 129명은 아직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 서울의 경우 38세대 78명이 일시 대피했다. 전날 서울 도봉구와 서대문구의 2,000여 가구에서 각각 발생한 정전 피해는 복구가 끝났다.
한때 시간당 최대 60㎜의 ‘물폭탄’이 쏟아진 남부권도 곳곳의 도로가 끊기고, 농경지가 침수됐다. 광주 서구 화정동의 주택 천장이 무너졌고, 영광군 법성면에선 주택 담벼락이 도로로 넘어졌다. 전북에서도 진안군 백운면의 한 계곡과 김제 백구면 다리 아래에 있던 주민이 불어난 물로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군산 옥구면에선 폭우에 무너져 내린 흙더미가 주유소 사무실을 덮쳤다. 전주 덕진구의 진기마을 주민 100여 명과 완주군 하리교 인근 4개 마을 주민 640명도 각각 인근 중학교와 초등학교로 대피했다.
31개 시군 전역에 많은 비가 내린 경기 지역에서도 피해 신고가 여럿 접수됐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집계(오후 3시 기준)한 도내 평균 누적 강수량은 154.1㎜. 파주 운정동에선 나무가 쓰러지면서 주택 지붕 일부가 파손돼 주민 1명이 마을회관으로 피신했고, 남양주 수동면 한 주택의 석축이 붕괴했다. 충북에서도 나무가 꺾이는 사고와 토사 유실, 낙석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주요 도로와 하천, 둔치주차장도 통제됐다. 서울의 한강 잠수교와 올림픽대로를 비롯해 전국 도로 99곳, 하천 700곳, 둔치주차장 160곳의 출입이 금지됐다. 출발지 기준 김해 28편, 김포 17편 등 항공기 68편도 결항했다. 223헥타르(㏊) 규모의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21ha 규모의 과수원은 낙과 피해를 입는 등 농작물 피해에 농민들의 시름도 깊어졌다.
지금까지 전국에서 확인된 인명 피해는 사망 2명, 실종 1명, 부상 5명이다. 지난 11일 부산 하천 주변에서 실종된 60대 여성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앞서 11일 경기 여주에선 70대 남성이 사망했는데 하천 주변 산책 중 실족한 것으로 추정돼 중대본은 호우 인명피해가 아닌 안전사고로 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