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충수 둘까 생각"... 이재명·고 김문기 아들 법정서 첫 대면

입력
2023.07.14 18:40
공직선거법 위반 기소 李 공판 출석 
"누군데 방에서 전화? 물으면 '성남시장'"
"아버지 모를 리 없다" 등 불리한 증언
이재명, 김씨 착석 때 힐끗…이후엔 시선 피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의 아들과 법정에서 처음 마주했다. 김 전 처장 아들은 “아버지와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이 대표를 보면서 자충수라 생각했다”며 그에게 불리한 증언을 내놨다.

김 전 처장 아들 김모씨는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강규태)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 수사가 한창이던 대선 후보 시절 “(성남시장 재직 당시) 김 전 처장을 몰랐다”고 허위발언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시기 김 전 처장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김씨는 이날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으나 법정에선 달랐다. 그는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의 사업 관련 아이디어에 칭찬을 많이 했다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증언했는데, 가족에게도 관련 발언을 한 적이 있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식사 중에도 아버지가 그런 얘기를 자주 했다”고 답했다. 김씨는 또 “주말이든 평일이든 가끔 본가에 가 있으면 (아버지가) 전화를 받고, 누군데 방에 들어가서 받느냐고 하면 성남시장이라고 했다”며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막역한 사이였음을 내비쳤다.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이 대표 주장을 ‘자충수’로 평가하기도 했다. 검찰이 ‘아버지 사망 후 이 대표가 관련성을 부인할 때 가족 반응이 어땠느냐’고 묻자, 김씨는 “분통해하고, 저는 ‘왜 자충수를 두지’라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자충수로 여긴 이유에 대해선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모를 리 없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이밖에도 김씨는 2018년 성남시청에 여권을 만들러 갔을 때 김 전 처장이 동행했는데, ‘성남시장에게 보고하러 간다’고 말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또한 “이 대표와 낚시도 하고 수차례 보고한 이야기, 유동규 본부장과 있었던 일들을 들었다”며 “(아버지가) 성남시장과 골프를 쳤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처장 사망 이후 이 대표 측이 연락을 해 “갑자기 막 들이대니 블랙아웃이 돼서 일단 모른다고 했는데 미안하다고 했다”는 말도 전했다.

이날 재판에서 김씨는 이 대표를 ‘이재명씨’라고 불렀다. 같은 법정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이 대표는 김씨가 증인석에 착석할 때 힐끗 쳐다봤으나 이후에는 계속 시선을 내린 채 침묵을 유지했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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