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셀'이라 쓰고 '암표 거래'라 읽는다… 무신사까지 뛰어든 티켓 리셀

입력
2023.07.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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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의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이 개인 간 거래(C2C) 카테고리에 '티켓' 부문을 추가해 온라인 암표 거래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솔드아웃은 전시회, 콘서트, 뮤지컬 등 공연 티켓 거래를 중개하는 서비스를 4일 시작했다. 개인정보 노출, 위조 티켓 판매 등의 문제를 완전히 차단한 안전 거래 공간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특히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대량 구매한 티켓인지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론은 차가웠다. 뿌리 뽑아야 할 암표 거래를 정당화한다는 것. 한 누리꾼은 "암표 거래를 양지로 끌어들이는 것 같다"며 "제값 주고 공연 볼 수 있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 문화 산업에 피해가 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밖에도 "티켓 판매처나 기획사가 프리미엄(웃돈) 거래 막는 것도 한계가 있는데 거대 플랫폼에서 판 깔아주는 게 말이 되나", "안 그래도 티켓 가격 비싼데 이제 더 비싸지겠다"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현재 솔드아웃 애플리케이션에서는 30일 예정된 가수 권진아의 공연 티켓을 30만 원에 판매 중이다. 9만9,000원인 티켓 정가의 세 배가 넘는 가격이다. 21일 열릴 일본 밴드 래드윔프스 내한 공연 티켓은 정가의 최대 10배까지 리셀가가 오르기도 했다. 솔드아웃은 티켓 거래 중개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얻는다. 티켓 판매 수수료는 5%, 구매 수수료는 3%다.

비공식 경로로 티켓을 거래하는 서비스의 등장이 처음은 아니다. 티켓 리셀만을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부터 티케팅을 대신해주는 대리 업체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다만 소비자들은 20만 명에 이르는 고객을 보유한 솔드아웃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알음알음 이뤄졌던 암표 거래가 마치 당연한 공연 문화처럼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브루노 마스 공연 티켓 1.8억"… 암표 신고 2년 새 11.7배 급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화로 각종 여름 축제, 공연이 재개되면서 암표 거래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온라인 암표 신고 건수는 2020년 359건에서 지난해 4,224건으로 2년 새 약 11.7배 증가했다.

최근 이어지는 해외 가수 내한 공연도 암표 경쟁에 불을 지폈다. 팝스타의 내한 공연은 다음을 기약하기 어려워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나온다. 6월 열린 가수 브루노 마스의 내한 공연 티켓 8장을 1억8,000만 원에 팔거나 외제차 한 대와 교환하겠다는 글이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당 티켓 정가는 7만7,000~25만 원이었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공연 때마다 티케팅에 도전한다는 직장인 이모(34)씨는 "갈수록 일반 팬이 아닌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리셀업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콘서트 참석이 간절한 팬들은 대리 티케팅 업체를 구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사기 거래 사라진다'는 긍정 평가도


일부 소비자는 '적어도 신뢰를 갖고 거래할 수 있다'며 티켓 리셀 플랫폼을 긍정 평가하기도 한다. 암표 거래는 대개 중고 거래 플랫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뤄진다. 한국대중음악공연협회가 5월 23일부터 6월 2일까지 42개 공연기획사와 함께 공연 티켓 수요자 2,8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9.9%가 암표 거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소비자가 가장 많이 이용한 비공식 예매처는 판매자의 SNS(58.8%, 중복선택)였다.

이 같은 개인 간 거래는 사기 피해 가능성이 크다. 한 장의 표를 여러 명에게 판매한 후 잠적하거나 위조 티켓을 판매하는 등의 방식이다. 가수 정준일·디어클라우드·아이유 등의 콘서트 예매 내역서를 위조해 여러 명에게 돈을 받고 잠수를 탄 암표 사기범이 최근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티켓 리셀 플랫폼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 믿을 수 있는 거래 환경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솔드아웃 관계자는 "판매자가 보유한 실물 티켓 혹은 핀 번호가 발급된 전자 티켓을 반드시 솔드아웃 검수 센터로 보내 전문 인력이 꼼꼼히 살핀다"며 "구매자가 산 티켓을 이용하지 못했을 때에는 100% 환불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강모(25)씨는 "각종 위험을 감수하고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암묵적 거래를 하는 것보다 차라리 양지로 끌어올리는 게 나을 수 있을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권이 넓어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라이트 팬부터 공연계 떠나갈 것... 처벌 규정 마련 시급"


그러나 온라인 암표 거래는 법적 허점을 노려 상업적 이득을 얻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현행법상 오프라인 암표 거래는 경범죄에 해당한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 2항에 따르면 '경기장, 공연장 등 현장에서 암표를 팔 경우 2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을 받게 된다. 반면 온라인 암표 거래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현시대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월에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한 암표상을 처벌할 수 있는 공연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는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4월 이른바 '온라인 암표 근절법'을 대표 발의했다. 온라인에서의 암표 판매와 이를 중개하는 행위를 경범죄 처벌 범위에 추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티켓 리셀 플랫폼이 주장하는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자 적발의 실현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솔드아웃 관계자는 "모니터링을 통해 신고 이력, 동일 계정의 과다한 티켓 판매 등 구체적 정황을 파악해 해당 판매자를 영구 활동 정지 혹은 판매 중지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자를 100% 찾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공연 업계 관계자의 지적이다. 또한 솔드아웃이 아닌 다른 플랫폼에 분산 판매할 경우에도 적발이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고가의 암표 거래가 활성화되면 공연 진입 장벽이 높아져 선의의 소비자는 점점 피로감을 느낀다"며 "라이트 팬부터 공연계를 떠나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공개 암표 시장의 시세가 마치 본래 티켓 가격처럼 인식돼 전반적인 티켓값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온라인 암표 거래를 처벌할 법규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양윤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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