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에 "승진 500이면 되냐" 암벽등반 강요…파출소장과 지역유지 갑질

입력
2023.07.14 13:00
민관기 전국경찰직협 위원장 MBC 라디오 인터뷰
"근무시간 접대, 암벽등반 강요 등 재조사해야"
"피해자 진정은 보복, CCTV 열람은 위법행위"

지역 유지와의 자리에 여성 경찰관을 불러 갑질한 파출소장 사건이 알려지면서 경찰 내부도 들끓고 있다. 80대 유지는 피해 경찰관에게 "승진하려면 500만 원이면 되느냐"는 막말을 한 정황도 나왔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1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전날 서울 성동경찰서 금호파출소 박인아 경위가 폭로한 파출소장의 갑질에 대해 "현장에서 많이 분노하고 있다"며 "아직도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파출소장이 있는가에 대한 분노들이 끓고 있다"고 말했다.

민 위원장에 따르면, 박 경위는 지난 4월 파출소장 지시로 파출소에서 150m 정도 떨어진 건물의 한 창고에서 지역 유지로 소개받은 80대를 만났다. 민 위원장은 "유리창도 없는 창고에 책상 하나 있고, 4명이 앉으면 숨소리까지 다 들리고 어깨가 맞닿을 정도의 협소한 장소였다"며 "박 경위가 처음에 찾아갔을 때 손을 잡고 포옹을 하고 그랬는데,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전혀 조사가 안 됐다"고 지적했다.

그 자리에서 80대 유지는 박 경위에게 "파출소장 비서 과일 깎아 봐라"고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민 위원장은 "그 자리에 80대 노인, 파출소장, 주민센터장, 주민센터 서무, 피해자 등 여자 3명 남자 2명이 있었다"며 "정복을 입고 있던 박 경위에게 80대가 그러면 파출소장이 말려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 위원장은 "노인이 500만 원이면 승진이 되느냐는 이야기를 파출소장한테 했고, 파출소장이 박 경위에게 전화해서 '야, 우리 회장님이 승진시켜 준대, 너 똑똑하게 생겼고 너무 칭찬을 많이 하니까 와서 사진을 좀 찍어라'고 또 불러냈다"고도 했다.

파출소장은 근무시간에 실내암벽등반을 강제로 시키기도 했다. 민 위원장은 "점심식사를 하러 갔다가 파출소장이 ‘어디 좀 들렀다 가자’ 며 실내암벽등반장에 가서 (박 경위가) ‘못 한다’ 하니까 옆에 있는 여자 신발을 꺼내 주면서 ‘신고 한 번 해봐라’고 강요했다”고 전했다.

결국 박 경위는 지난 5월 병가를 내고, 서울경찰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하지만 병가 후 분리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민 위원장은 "분리조치라는 게 파출소에서 2시간씩 떨어져 있으라고 그랬다고 한다"며 "파출소장이 파출소에 있으면 박 경위한테 2층 숙직실에 있든가, 밖에 나가 있든가(하라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박 경위는 도저히 근무할 수 없어 다시 병가를 냈다.

박 경위가 휴가 간 사이 파출소장은 파출소 내 CCTV를 열람하고, 박 경위의 근무태만에 대한 동료들의 진술서를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 위원장은 파출소장이 CCTV를 무단으로 열람한 것은 위법행위라고 지적했다. 민 위원장은 “CCTV를 보려면 열람신청서를 작성해야 되고 청사방호, 시설안전 등으로 열람 목적이 한정돼 있다”며 “그렇지 않은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일 수 있다"고 했다.

파출소장이 박 경위를 상대로 낸 진정 처리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민 위원장은 지적했다. 그는 "진정이 제기되면 경위까지는 해당 경찰서장에게 징계권한이 있다"며 "그러면 성동경찰서가 서울청의 하달을 받아 조사를 해야 하는데, 서울청에서 직접 박 경위를 조사하고 있는데 이는 통상적이지 않다"고 했다. 심지어 올해 퇴직 예정인 파출소장은 퇴직 전 다음 달 1일 '공로연수'에 들어간다. 민 위원장은 "8월에 공로연수를 가는데 징계를 내릴 수 있느냐라고 봤을 때, 감찰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도 했다.

향후 조치에 대해 민 위원장은 "이번 갑질 사건에서 초동조치 실패, 분리조치를 하지 않아 2차 가해가 발생했다"며 "갑질 부분에 대해 재조사하고, 보복 협박 부분은 형사 입건 대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