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 인기 1위 이정후 “작년엔 레게 머리, 올해는요?”

입력
2023.07.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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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선수단 투표 모두 1위로 부산행
"한결 같은 모습 좋게 봐준 것 같아"
작년엔 레게 머리로 깜짝 팬 서비스
올해는 저조한 팀 성적에 준비 여력 안 돼
"올스타전, 야구로 열심히 보여주겠다"

야구팬들과 동료들의 마음을 다 잡은 이정후(25·키움)가 ‘별 중의 별’ 타이틀을 갖고 부산으로 향한다.

이정후는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최다 득표자 자격으로 나선다. 2017년 데뷔 후 매년 빠지지 않고 초대받았던 무대지만 최다 득표 영예를 안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팬 투표(51.9%)와 선수단 투표(77.7%)에서 모두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이정후는 “전반기 동안 같이 고생했던 선수들에게 인정받고, 팬들에게도 많은 표를 받아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대표적인 야구 도시라고 할 수 있는 부산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에 참가하게 돼 설렌다”며 “아버지가 선수 시절 올스타전을 나갔을 때 사직구장 관중석에 있었는데, 이제는 선수로 그라운드에서 뛴다는 것도 신기하다”고 덧붙였다.

이정후는 지난해 올스타전에서 팬 서비스로 ‘레게 머리’를 선보였다. 2022시즌 개막 전부터 길렀던 머리에 파격적인 변화를 줬다가 올스타전 종료 후 싹둑 잘랐다. 이정후는 “레게 머리를 한 다음 머리카락이 많이 상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다만 올해는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저조한 팀 성적으로 인해 당장 눈앞의 경기에만 집중을 하다 보니 특별한 퍼포먼스는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는 “야구로 열심히 보여주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시즌 초반 성적을 볼 때 이정후의 최다 득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매년 무섭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 이정후가 이번 시즌 초반에 기나긴 타격 슬럼프에 빠졌기 때문이다. 4월 타율은 0.218에 그쳤고, 시즌 타율도 5월 초까지 2할대 초반으로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이정후는 이정후였다. 6월부터 무섭게 몰아치더니 3할 타율을 회복했고, 전반기를 0.312로 마무리했다.

이정후는 “성적이 안 좋을 때 올스타를 신경 쓰지도 못했는데, 딱 마침 팬 투표가 시작되면서 성적도 좋아졌다”고 했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인기 비결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면서도 “야구장에서 하루하루 똑같이 열심히 하고, 잘한다고 해서 건방 떨지 않고, 못한다고 해서 고개 숙이지 않고, 한결 같이 야구하는 모습을 팬들이 좋게 봐주는 것 같다”고 답했다.

전반기를 돌아보던 이정후는 아쉬운 점으로 역시 초반 부진을 꼽았다. 천하의 이정후도 방망이가 안 맞을 때는 적잖게 마음고생을 했다. 답답한 마음에 호텔 사우나에 가서 몸에 소금을 뿌리기도 하고, 어머니가 성당에서 받아온 성수를 고척돔 타석에 뿌리기도 했다. 그는 “프로에 온 이후로 이렇게 시즌 초반을 좋지 않게 시작한 것도, 길게 못해본 적도 처음이었다. 그래서 스스로도 과연 내가 반등할 수 있을까, 이겨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래도 부진을 딛고 놀랍게 일어서는 회복력은 전반기에 발견한 큰 소득이다. 이정후는 “결국 반등할 수 있었던 것을 보여준 게 위안”이라며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라 반등하지 못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는데 이겨냈고, ‘나도 반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구나’라는 확신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험은 앞으로 야구 인생에도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예비 메이저리거’인 이정후는 올 시즌 후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고, 빅리그에 입성하면 훨씬 더 수준 높은 선수들을 상대해야 한다. 그는 “앞으로도 야구는 계속할 거니까 전반기 동안 경험했던 일들이 좋은 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섭 기자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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