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인구 대비 유실∙유기동물 발생건수는 전국 1위다. 지난해 71.1건으로 전년보다 5.2건 줄었지만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반면 안락사율은 51.7%로 가장 높았고, 입양률은 13.5%로 가장 낮았다. 보호소에 들어온 10마리 중 7마리가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사람들은 제주에 놀러 왔던 관광객들이 개를 버리고 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제주에 사는 구낙현∙김윤형씨는 제주도 내 유실∙유기동물 발생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아냈다. 제주도 유실∙유기견의 절대다수는 마당이나 밭에 묶어 키우다 잃어버린 경우라는 것이다.
저자는 책 '우리는 귤멍멍이 유기견 아이돌'에서 짧은 줄에 묶인 채 살아가는 마당개, 방치된 채 길러지고 집에 돌아오지 않아도 보호자가 찾지 않는 방치견의 삶에 주목한다. 숫자로만 잠시 존재했다가 안락사되는 개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면서, 길에서 만나는 수많은 개들이 어디에서 나타나는지, 어떻게 죽임을 당하는지, 이를 줄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해법을 찾아간다.
저자는 우연히 마당에 묶여 방치된 채 길러지는 개 가족을 만나면서 '국내 첫 유기견 아이돌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보호자뿐 아니라 개들을 봐온 주민들은 차에 치여 죽고 어딘가에 팔려나가는 이들의 삶을 대수롭지 않은 일인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 '자연스러움'에 의문을 던지며 마당에 사는 강아지 일곱 마리를 무작정 데려오면서 입양 홍보에 열을 올린다.
저자가 입양 홍보를 위해 택한 방법은 아이돌 그룹 데뷔 콘셉트. '탠져린즈'라는 그룹 내 각 멤버의 이름은 귤 종류로 짓고 프로필 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입양 공고를 냈다. 이들의 전략은 입소문을 타면서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 냈다. 나중에는 성견과 강아지 총 열아홉 마리 가운데 열일곱 마리를 데뷔(입양)시키는 기적을 이끌어 낸다.
저자가 1기 연습생 그룹 탠져린즈, 2기 연습생 그룹 만다린즈, 성견으로 구성된 노지감귤즈까지,각 멤버들에게 캐릭터를 주면서 이야기를 불어넣고, 데뷔로 이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난다. 탠져린즈의 모견 감귤의 시점으로 담아낸 그동안 마당에 있었던 일을 읽을 때는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책에는 저자가 개들을 데뷔시키면서 쌓아온 임시보호와 입양 노하우, 해외 입양 시 주의해야 할 점 등도 담겨 있다.
저자는 개는 인간이 마음대로 해도 되는 소유물이 아니라 동등한 생명이라는 전제하에 개와 함께 사는 삶을 이야기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나아가 인간과 동등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반려동물이 아닌 다른 동물에 대해 고민해보자는 메시지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