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호'가 되기 전 가난했던 젊은 작가 헤밍웨이를 알고 싶다면

입력
2023.07.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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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헤밍웨이 내가 사랑한 파리'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로 1953년 퓰리처상과 195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건 50세를 훌쩍 넘긴 중년의 일이다. 오늘날 '대문호'라는 위대한 수식어가 따라붙는 작가로 칭송을 받지만, 그가 처음부터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오른 것은 아니다. 책 '헤밍웨이 내가 사랑한 파리'는 1920년대 캐나다 '토론토 스타'의 특파원으로 건너간 파리에서 당대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그가 본격적으로 문학적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의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이다.

문학계에서는 스콧 피츠제럴드와 윌리엄 포크너, 그리고 헤밍웨이를 '길 잃은 세대(1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상업주의에 환멸을 느끼며 파리의 풍요로운 예술적 토양과 자유를 즐기면서 산 문학가 집단)'를 대표하는 3대 작가로 꼽는다. 미국 문학에 큰 영향을 미친 미국인 예술 애호가 거트루드 스타인이 쓴 표현인데, 책에는 그들과의 교류도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이들에게 파리는 어떤 공간이었을까.

책에는 궁핍한 상황에도 기약 없이 글을 썼던 젊은 작가 헤밍웨이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떤 출판사도 출판해주지 않을 글을 쓰고 있던 무렵" 집에는 점심 약속이 있다고 말해놓고 끼니를 거르고서 뤽상부르 미술관의 세잔 그림을 감상하며 허기를 달랬다. 책 살 돈이 없어, 현재에도 명소로 남아 있는 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서 대여 문고 등록비를 내지 않고 책을 읽기도 했다.

언제나 축제 같았던 도시 파리에서 거장이 되기 전 방황하며 가난했던 젊은 작가의 사소하고도 번잡한 고민과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정신적·예술적으로 풍요로운 영감이 가득했던 도시 파리를 함께 거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