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가 12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이 생성한 허위 정보는 선거와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처럼 AI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앗아갈 것이며 사람들이 가진 편견을 그대로 물려받거나 심지어 더 나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러나 "위험은 현실이지만 감당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우리의 역사가 새로운 기술로 인해 생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줘 왔기 때문"이라면서다.
게이츠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AI의 위험은 현실이지만 감당 가능하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AI의 발전으로 발생할 문제들과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공유했다. 그는 3월에는 오픈AI의 챗GPT를 두고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아이콘과 마우스를 이용해 명령하는 사용자 환경) 이후 가장 중요한 기술 발전"이라고 주장했다.
게이츠는 이 글에서 지금은 AI 시대의 초기 단계로 자동차 시대에 빗대자면 '자동차는 등장했지만 안전벨트는 나오기 전'의 혼란의 시기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는 "최초의 자동차가 도로에 등장하자마자 차량 사고가 났지만 우리는 자동차를 금지하지 않았다"며 "(그 대신) 속도 제한, 안전 표준, 면허 요건, 도로 규칙 등을 채택했다"고 언급했다.
게이츠는 AI가 일으킬 수 있는 사고로 'AI가 만든 허위정보로 인한 선거와 민주주의의 훼손'을 가장 먼저 꼽았다. 그는 "AI는 거의 모든 사람이 딥페이크로 알려진 가짜 오디오나 비디오를 만들 수 있도록 한다"며 "대선 당일 아침에 후보자 중 한 명이 은행을 강탈하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가 퍼진다고 상상해보라. 그것이 가짜일지라도 증명하는 데 몇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AI발 허위 정보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는 "두 가지 때문에 희망적"이라고 했다. ①허위 정보가 확산하면 사람들이 모든 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고 ②딥페이크 생성만큼이나 식별하는 기술도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메일을 통한 사기가 횡행하자 사람들이 의심스러운 이메일은 바로 믿지 않고 여러 차례 확인하게 된 것처럼 AI의 속임수에도 무력하게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게이츠는 또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AI에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학생들이 더 이상 글쓰기 등을 배우려 하지 않게 되는 것도 문제라고 봤다. 하지만 그는 이에 대해서도 "1970~80년대 전자계산기가 보편화했던 시절이 떠오른다"며 "일부 수학 교사는 학생들이 기본 산수를 배우지 않게 될 것을 걱정했지만 다른 교사들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산수 뒤에 있는 '사고력'을 기르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AI가 글쓰기와 비판적 사고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AI에 기사를 작성하게 한 다음 학생들에게 사실을 확인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AI 시대에 맞는 능력을 길러주면 된다는 얘기다.
게이츠는 이 밖에도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고 △해킹을 더 쉽게 만들며 △성이나 인종 등에 대한 편견을 더 심화시킬 수 있지만 우리는 이 문제들 역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AI의 이점을 극대화하면서 위험을 관리하려면 우리는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AI의 전문성을 고려해 법률과 규정을 제정하고 △정치 지도자들은 열린 자세로 대화에 임해야 하며 △AI 회사들은 AI를 개발하는 데 있어서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사람들은 AI의 혜택과 위험이 무엇인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