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덮친 우루과이에서 글로벌 대기업들이 '물 전쟁'의 표적이 되고 있다. 강과 저수지가 쩍쩍 말라붙어 식수마저 턱없이 모자란 상황에서, "당국의 물 공급 우선순위는 사람이 아니라 기업이 됐다"는 비판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물 부족 사태가 촉발한 비난 여론의 화살을 맞을세라, 기업들도 자세를 낮추는 분위기다.
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최근 가뭄에 허덕이는 우루과이 국민들의 분노에 글로벌 기업들이 기름을 붓고 있다고 보도했다. 집중포화를 맞는 대표적 기업은 구글이다. 2021년 우루과이 남부 카넬로시스에 29만㎡(약 8만8,000평)에 달하는 데이터센터 건설용 부지를 매입한 게 문제였다.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공화국대학에 따르면, 이 데이터센터가 서버 냉각을 위해 공공 식수 시스템에서 끌어다 쓰게 될 물의 양은 하루 760만ℓ일 것으로 추정된다. 대학 연구원 다니엘 페냐는 "5만5,000명의 일일 물 사용량과 맞먹는 규모"라고 지적했다.
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로 꼽히는 우루과이는 재앙급 가뭄에 신음하고 있다. 최근 물 부족에 따른 '비상사태'도 선포했다. 저수지가 말라붙자 수도 당국은 염분 농도가 높은 강 하구 지역의 물(염수)을 담수에 섞어 각 가정에 공급하는 실정이다. 수돗물이 '짠맛'이니, 정부가 "아이들 음식에 소금을 넣지 말고, 분유를 탈 땐 생수를 쓰라"고 권고했을 정도다. 생수 가격은 5배나 폭등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지 여론은 "정부가 국민이 먹을 물보다, 글로벌 기업 및 농업용수를 '물 공급 대상' 우선순위로 삼는다"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 자연재해인 가뭄을 막을 수야 없겠지만, 산업 용수에 지나치게 치우친 물 공급 구조가 현재의 위기를 키우고 있다는 불만이다.
지난달 우루과이 두라스노에 세계 최대 규모 펄프 공장 가동을 시작한 핀란드 임업 기업 UPM도 하루 물 사용량이 1억3,000만ℓ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지 시민단체들은 "생수를 살 여유가 없는 국민이 50만 명"이라며 "가뭄 사태는 농업이나 펄프 산업 등에 사용되는 물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경제 구조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정부와 기업은 부랴부랴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우루과이 정부는 생수 세금을 면제하고 취약계층에 생수를 무료 지급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구글도 최근 "우루과이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여전히 탐색 단계에 있다"며 "(물 소비량 등) 예비 수치가 조정될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