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건 "'셀러브리티' 공개 전 이유 없이 앓았다" [인터뷰]

입력
2023.07.13 08:20
이동건, '셀러브리티' 진태전 역으로 열연
부부 호흡 맞춘 이청아 칭찬 "차분하고 강한 배우"

배우 이동건은 최근 이틀 정도 이유 없이 앓았다. '셀러브리티' 공개를 앞두고 스트레스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4년 만의 복귀를 앞둔 설렘과 부담감 탓일 터다. '셀러브리티'는 이동건에게 큰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이동건은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FNC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셀러브리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셀러브리티'는 유명해지기만 하면 돈이 되는 세계에 뛰어든 아리가 마주한 셀럽들의 화려하고도 치열한 민낯을 그린 작품이다. 이동건은 '셀러브리티'에서 법무법인 태강의 오너이자 윤시현(이청아)의 남편인 변호사 진태전을 연기했다.

이동건이 느낀 부담감

'셀러브리티' 전 이동건의 마지막 작품은 2019년 방영된 TV조선 '레버리지 : 사기조작단'이다. 새 작품이 공개되기 전까지 그는 주변 사람들의 걱정 섞인 목소리들을 들었다고 했다. 사람들은 이동건에게 "왜 작품을 안 하느냐" "왜 작품에서 안 보이는 거냐" 등의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러나 당시 이동건의 마음은 편했다. '셀러브리티' 촬영을 마친 상태였고 여유롭게 공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품의 공개를 앞두고 자신이 마냥 편하진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동건은 "공개 일주일 전부터 갑자기 엄청 긴장하게 되더라. 스트레스가 있었던 듯하다. 제작발표회를 하고 나서 이유 없이 이틀 정도 앓았다"고 털어놨다.

'셀러브리티'는 이동건에게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대본을 봤을 때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진태전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현실의 이동건은 차분하고 감정을 드러내는 일을 조심스러워한다. 그는 진태전을 '나와 정말 다른 사람'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내가 연기할 때 뿜어낼 수 있는 에너지에 비해 이미지가 나이스하게 알려져 있다고 생각한다. 내 이미지, 연기로 진태전을 연기할 때 오히려 큰 반전을 줄 수 있을 듯했다"고 전했다.

빌런 된 이동건

이동건은 진태전이 이 드라마에서 제일 나쁜 사람이라고 말했다. 진태전의 악행은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기곤 했다. 이동건은 악역을 연기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낄 때도 있었지만 이 감정을 오롯이 즐기긴 어려웠다고 밝혔다. "악행을 저지르는 장면들이 위험하다. 병을 깨는 장면이 있었는데 조심스러웠다"는 게 이동건의 설명이다. 위험한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신경 써야 했고 동시에 진태전의 악한 면모를 표현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했다. 이동건은 "그런 액션을 표현할 때 100% 힘을 다 쓰지 않으면 티가 난다. 그게 보이는 건 배우로서 창피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연기에 대한 그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었다. 이동건은 정장을 맞춤 제작하고, 넥타이에 신경을 쓰는 등 진태전의 비주얼 구현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배우들은 이동건의 곁을 든든하게 지켰다. 이동건은 부부 호흡을 맞췄던 이청아를 떠올리며 그에 대해 "차분하고 강한 배우였다. 늘 여유로웠고 스태프들, 연기자들과 주변을 잘 챙겼다. 항상 웃었으며 굉장히 집중력이 좋았다"고 말했다. 선한 강민혁과 현장에서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서아리를 연기한 박규영도 언급했다. 이동건은 박규영이 예의 바르고 열정 있는 배우라고 했다. 이어 "서아리 역이 스토리텔러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내가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때 상상했던 서아리의 톤과 박규영씨 톤이 달랐다. 그런데 완성된 걸 봤을 때 그 톤이 너무 좋더라. 정말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다. 내가 오히려 배우고 느꼈다"고 전했다.

이동건의 40대

이동건은 '셀러브리티'를 통해 많은 것들을 얻었다. 대본을 봤을 때부터 자신이 모르는 세상의 이야기라고 느꼈단다. 이동건은 SNS도 '셀러브리티'로 배웠다. 현재 SNS를 하지 않고 있는 그는 "사진을 찍는 것도, 내 어떤 것들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자신이 없다. 그런 성향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늘 상상은 한다. 언젠가 SNS를 하고 싶다. '그렇게 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방극장에서 자리를 비운 동안 40대가 된 이동건은 자신이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안길 수 있는 역할의 결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를 전한 그는 "내가 충분히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린 딸은 이동건에게 열정을 주는 존재다. "한 작품 한 작품 중요하게 생각한다. 10년 후, 20년 후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 그때까지 내가 꼭 필요하길 바란다"고 이야기하는 이동건의 목소리에서는 뜨거운 열정이 느껴졌다.

한편 '셀러브리티'는 지난달 30일 공개됐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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