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철수한다더니..." 하이네켄 등 226개사, '러 사업' 계속 해 왔다

입력
2023.07.12 08:34
미 예일대 연구팀 "전쟁 이용해 부당이득"
한국 기업 중 포스코 유일... "자회사 운영" 
포스코 "연락사무소만 유지... 거래는 중단"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서 사업을 접겠다고 했던 글로벌 기업 중 상당수가 여전히 현지 사업을 유지하는 탓에 러시아의 전쟁 수행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예일대 최고경영자리더십연구소(CELI) 연구팀 집계를 인용해 "개전 이후 '러시아 사업 축소'를 공개 선언했던 기업 1,000여 곳의 일부가 아직까지도 러시아에서 해당 사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사업 철수 정도에 따라 기업들을 △A: 완전 철수 △B: 대부분 사업 일시 중단하며 복귀 가능성 열어둠 △C: 사업 축소 △D: 신규 투자 보류하며 '시간 벌기' △F: 평소대로 사업 등 5개 등급으로 분류했다. 가장 낮은 F등급에는 226개 기업이 있는데, 한국 기업으로는 포스코가 유일하게 포함됐다. 연구팀은 포스코가 러시아 자회사를 통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기존에 운영하던 연락사무소는 현지 채용 직원을 중심으로 명맥만 유지하는 상태"라며 "러시아에서의 사업은 거래를 전면 중단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이밖에도 F등급에는 중국 최대 반도체기업 SMIC, 통신장비업체 ZTE, 농업은행, 중국국제항공 등 중국 기업이 많았다. 미국 의류 브랜드 게스, 통신회사 이리듐, 프랑스 의류 브랜드 라코스테, 독일 라이카 카메라 등 이름을 알 만한 서방 기업과 미쓰비시중공업, 미즈호파이낸셜그룹 등 일본 기업도 다수 포함됐다.

B등급을 받은 한국 기업도 여럿 있었다. 러시아로 모든 운송을 중단한 HMM, 자동차 생산을 중단한 현대차, 러시아 항공편을 취소한 대한항공, 신제품 수출을 중단한 LG전자, 모든 제품 수출을 중단한 삼성 등이다.

연구팀은 기업들에 철수를 압박하는 차원에서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명단을 처음 작성해 공개했으며, 전날 해당 목록을 업데이트했다. 연구팀을 이끄는 제프리 소넌펠드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철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일부 기업들은) 전쟁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고 있다. 실망스러운 수준을 넘어 부끄럽고 비윤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기업으로 네덜란드 맥주기업 하이네켄, 생활용품업체 유니레버, 식품기업 네슬레,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 담배회사 필립모리스 등을 지목했다.

권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