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이틀간 개최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11일(현지시간) 막을 올렸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약속에 대한 합의를 앞둔 가운데, 나토 정상들은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나토가 가입 일정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500일을 넘긴 시점에 열린 이번 정상회의의 주요 안건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약속이 어느 정도 수위로 합의되느냐’다.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정상회의장으로 입장하며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회원국 가입을 향한 길과 관련해 명확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앞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절차 중 ‘회원국 자격 행동 계획(MAP)’ 적용을 제외하는 안에 회원국들이 동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나토 가입 희망 국가에 정치, 경제, 군사적 목표치를 제시한 뒤 이를 충족했는지 심사하는 절차다.
며칠 전까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러한 방안에 동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일 CNN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민주화 등 나토 가입에 필요한 여건을 충족했는지 검토해봐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날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과 만난 뒤 이처럼 입장을 선회했다.
단, 우호적인 입장과 별개로 가입을 위한 세부 일정까진 제시되지 않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에 “긍정적 신호를 보낼 것”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관련한 일정표는 제시할 수 없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를 받아들일 경우 나토가 직접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이날 정상회의에서 가입 절차 축소 등에 대해 논의하고, 코뮈니케(공동성명)를 통해 결론을 낼 예정이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터무니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에서 “시간표가 정해지지 않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회의를 앞두고 지난주 유럽 국가를 순방하며 나토 가입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에는 테러를 계속할 동기가 된다”며 “이번 정상회의에서 이를 공개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31개 나토 회원국은 오는 12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첫 나토·우크라이나 평의회를 열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및 안보 지원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