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후보자 청문회에 소환된 '전·현직 대법원장' 의혹들

입력
2023.07.11 18:39
與, 김명수 '법관 탄핵 거짓말' 의혹 도마
野,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 내세워 공방
권영준 "사법부 독립성 확보할 필요 있어"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현직 대법원장이 연루된 각종 의혹들이 소환됐다. 여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김명수 대법원장의 법관 탄핵 관련 '거짓해명' 의혹을, 야당은 이명박 정부가 지명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태를 꺼내 들고 맞섰다.

여당의 선공은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에서 시작됐다. 김 의원은 11일 열린 권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법관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판단을 하기에 더 엄격한 윤리의식이 요구된다"며 "대법관 후보자라면 김 대법원장이라 해도 거짓말을 했다면 잘못했다고 소신 있게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압박했다.

김 의원이 언급한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은 사법농단 사태 수사가 한창이던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대법원장은 같은 해 5월 국회의 탄핵 논의를 이유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했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탄핵 언급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후 임 전 부장판사가 면담 당시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 및 녹취록을 공개하자 발언 내용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임 전 부장판사의 녹취에는, 김 대법원장이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를 수리했다고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는 발언이 담겼다. 현재 검찰은 김 대법원장이 탄핵 언급을 부인하는 취지의 허위공문서를 국회에 제출한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 "대법원장이 확연히 정치적인 이유로 사표를 수리해주지 않은 것인데, 노골적인 거짓말을 하는 것은 비난하고 검찰의 수사도 제대로 진행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권 후보자는 "거짓말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지만, (김 대법원장) 기소와 관련해 미리 의견을 밝히는 건 또 다른 사법불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야당은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태 카드로 '맞불'을 놓았다. 강민정 민주당 의원은 "양승태 대법원에서 사실상 재판 거래를 하고 법관들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사법농단을 자행했다"며 "법관들이 법과 양심에 따른 판결을 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사법부 내부에서 신뢰성과 독립성을 스스로가 포기한 사례라 생각하는데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권 후보자는 이에 "대법관 후보자로서 그 사태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그 점을 계기로 사법부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로부터의 독립성도 확보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행정의 민주성·객관성·투명성·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만 덧붙였다.

양 전 대법원장은 현재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화 사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통합진보당 의원직 상실 관련 행정소송 등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또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법원행정처를 동원, 사법부 방침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사찰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준 혐의도 받고 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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