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을 왜 줬을까요? 하하. 격려 차원에서 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충남 논산시 모아산부인과 류춘수(56) 원장이 '제12회 인구의날'인 11일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이날 보건복지부가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한 기념행사에서 훈장을 수여받은 그는 "지역사회에서 환자들과 부대끼며 꾸준히 진료를 해왔을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류 원장은 복지부가 지정한 분만 취약지인 논산에서 24시간 응급분만 체계를 유지하고, 산모·신생아 건강증진 활동을 해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정부는 이날 행사에서 저출산, 고령사회 등 인구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개인 및 기관을 국민훈장, 근정포장, 대통령표창 등으로 포상했는데, 류 원장은 이 가운데 가장 훈격이 높은 국민훈장을 받았다.
류 원장은 2003년 4월 김진, 오영균 원장과 함께 모아산부인과를 개원했다. 세 사람이 교대로 24시간 분만 체계를 운영한 지도 벌써 20년이다. 한 달에 한두 건 정도인 야간 분만을 비롯해 늘 응급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류 원장은 전날 병원에서 야간 당직을 섰고, 이날도 오전까지 진료를 보고 행사에 참석했다고 한다.
논산은 물론이고 분만 산부인과가 없는 부여와 청양, 그 외에 공주, 익산 등에서도 환자가 찾아온다. 충남 서남부권 지역의 거점 분만 산부인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다문화가정, 취약계층 환자가 많다. 류 원장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세종이나 대전 등 인근 대도시에 가겠지만 취약계층은 비용이나 시간 부담 때문에 우리 병원에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저출산 심화로 분만실은 운영할수록 손해다. 한때는 분만 건수가 월 50~60건이었으나 지금은 10건 이하까지 내려갔다. 외래진료 수입으로 분만실을 운영해야 할 정도로 적자가 심하지만 책임감을 놓을 수는 없다. "분만실을 닫으면 다문화가정이나 취약계층은 어떡하겠습니까."
임신 및 출산 전 과정을 돕는 일은 류 원장에게 큰 기쁨이다. 적자 분만실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큰 이유 중 하나다. 그는 "임산부 진료를 보는 것 자체가 재밌고 환자가 느끼는 기쁨이 내게도 전달된다"며 "출산이라는 결실까지 맺으면 임산부와 나누는 기쁨이 배가 된다"고 말했다.
류 원장은 은퇴할 때까지 분만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그는 "분만이 한 달에 단 한 건이라도 분만실을 유지하겠다는 각오로 하고 있다"며 "10년 후쯤 은퇴를 하더라도 후배 의사를 구해 병원을 운영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