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도 귀하고 급한데 텃세라니요?

입력
2023.07.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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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소식이 들려왔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우리 농촌은 이농과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갈수록 인구가 줄어들어 지역 소멸을 염려해야 하는 처지라 귀농·귀촌 정책을 펼쳐 코로나19가 한창 확산하던 2020년과 2021년에 귀농·귀촌 가구수를 많이 늘려 왔었다. 그런데 2022년도 통계청 조사에서 귀농인은 1만2,660명, 귀촌인 42만1,106명으로 각각 전년 대비 12.5%와 15.0%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3년 이래 가장 큰 감소세다.

이런 와중에 농촌의 텃세로 귀농·귀촌을 했다 실패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생각해 온 농촌은 따뜻하고 푸근한 외할머니 같은 이미지였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한 곳이 많은 것이다. 귀농인의 힘든 사연은 다양하다. 어떤 귀농인은 "정착한 마을의 누군가가 밤에 몰래 농작물을 훼손하고 밭을 못 쓰게 만들어 놓고 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도 힘든데 밤에 잠도 못 자고 불침번까지 섰다"고 했다. 어려운 농사일을 도와주고 이끌어주는 것은 기대도 안 한다며 피해만이라도 안 줬으면 좋겠다는 하소연도 자주 듣게 된다. 이 귀농인은 그래도 몇 년을 버티면서 다양한 경로로 화합을 이뤄내 농사일도 확장해서 지금은 엄청난 매출을 올리는 부농이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과연 몇 명이나 버티고 해낼 수 있을까?

기존 마을 분들이 텃세를 부리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가까운 곳이나 내 것만 생각하지 말고, 먼 미래를 모두가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텃세보다는 진정 농촌에 자리를 잡도록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요즘 어느 조직이든 코칭이 대세인데, 농업·농촌에도 이 코칭기법을 도입하는 게 해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정부 주도하에 기존 마을 주민들 중에 같은 종류의 농작물을 키우는 농업인이 멘토가 되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방식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귀농인은 그 마을에 잘 뿌리내리고, 농촌의 인구소멸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성공한 귀촌인이 또 다른 후배 귀촌인의 멘토가 되는 연쇄 효과도 기대된다. 농촌 공동체 회복을 위한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좋은 아이디어들이 큰 효과로 이어져 귀농·귀촌인들이 쉽게 정착하는 살기 좋은 농촌을 기대해본다.


이혜성 농협창녕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