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가입을 가로막고 있던 튀르키예의 돌변에 미국도 화답했다. 미 의회가 제동을 걸었던 F-16 전투기 튀르키예 판매가 재개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튀르키예의 스웨덴 나토 가입 찬성 발표 뒤 환영 성명을 냈다. 그는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며 “유럽과 대서양 방위 강화를 위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및 튀르키예와 함께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날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3자 회담을 가진 뒤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튀르키예 의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북유럽 중립국인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추진했다. 튀르키예는 "스웨덴이 반(反)튀르키예 무장단체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을 비호하고 이슬람 경전인 코란 소각 시위를 허용했다" 등의 이유를 들어 스웨덴의 합류를 반대했다. 하지만 미국의 설득 및 압박, 스웨덴의 상황 개선 약속 등에 튀르키예도 결국 찬성 쪽으로 돌아서게 된 것이다.
최근 대선에서 승리해 사실상 종신 집권을 확정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챙긴 최대 선물은 F-16 구매 허가다. 튀르키예는 200억 달러(약 26조 원) 규모 F-16 전투기 현대화 및 추가 구매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나토 단합 훼방 △정권의 권위주의 성향 강화 △러시아제 S-400 지대공미사일 도입 전력 △이웃 국가 그리스 영공 침범 같은 영유권 분쟁 등을 이유로 미 의회가 F-16 판매 승인을 막았다. 미국의 무기 판매는 국방부와 국무부 승인 후 또 의회 승인을 받는 절차가 있다.
속이 타던 에르도안 대통령이 11일 나토 정상회의, 바이든 대통령과의 양자 정상회담 직전 스웨덴 관련 입장을 바꾸자 미 의회도 호응했다.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은 튀르키예와 스웨덴의 합의 직후 “행정부와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면서 “가능하다면 다음 주 중으로 (F-16 판매와 관련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튀르키예는 원래 미국 F-35 전투기를 구매할 예정이었으나 2019년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S-400을 도입하면서 전투기 판매 금지 대상국이 됐다. 이후 튀르키예는 2021년 10월 미국에 F-16 40기와 기존 전투기 현대화를 위한 키트 구매를 요청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결국 스웨덴의 나토 가입 반대 카드를 F-16 구매 과정에 활용해 뜻을 이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