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7일 미 육군이 32년 만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한 무기체계의 이름은 '티폰(Typhon)'으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세계 최강 거대 괴수의 이름을 따왔다. 미 육군은 냉전 때 사용하던 토마호크 지상 발사 시스템에도 그리스 신화 속 괴물의 이름을 따서 '그리폰(Griffon)'이라고 명명한 적이 있었다. 그리폰이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 사자의 하반신을 가진 그저 그런 상상의 동물에 불과했다면 티폰은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을 정도의 괴물이다. 도대체 이 무기에 대한 미군의 기대가 얼마나 대단하기에 이런 엄청난 이름이 쓰였을까?
티폰 무기체계, 약칭 TWS라는 별칭이 부여되기 전 이 시스템은 중거리 타격 전력을 의미하는 MRC(Mid-Range Capability)로 불렸다. MRC는 극초음속 지대지 미사일 '다크이글'을 운용하는 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포대, 하이마스 다연장로켓 시스템과 신형 전술 탄도미사일 '프리즘(PrSM)'을 운용하는 포대와 더불어 미군 다영역임무부대(MDTF)의 3대 타격자산으로 등장했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MRC는 해군 군함에 붙어 있는 미사일 수직 발사기를 떼어 와 트레일러에 붙인 이동식 발사기로 요약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걸프전이나 이라크전 때 바다에서 적진을 향해 토마호크 미사일을 수직으로 발사하던 그 발사기의 육상용 버전인 셈이다.
30년 전 걸프전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은 대단히 위력적인 무기였고, 과거 그리폰에서 발사되던 토마호크는 재래식 탄두 대신 150킬로톤의 핵탄두를 달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토마호크와 같이 느려 터진 비스텔스 미사일은 요격하기도 쉽고, 더 이상 핵탄두도 싣지 않는다. 미군이 MRC에 티폰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을 붙인 이유는 여기서 발사되는 토마호크 미사일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발사 플랫폼 그 자체의 잠재 능력에 있다.
TWS는 외형만 놓고 보면 거대한 컨테이너처럼 생겼다. 컨테이너 하나에는 군함에 들어가는 Mk.41 수직발사기가 4셀이 들어 있다. Mk.41은 우리 해군의 구축함에도 수십 개씩 달려 있는 평범한 미사일 발사기에 불과하지만 티폰은 언제 어디든 배치될 수 있는 발사기에서 무엇이든 쏠 수 있다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까지 공식 발표된 TWS의 무장은 사거리 약 1,700㎞의 신형 토마호크 블록 V와 사거리 약 370㎞의 SM-6 미사일 두 종류다. 그러나 TWS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정도의 간단한 개량만으로 더 다양한 무장 운용이 가능하다. TWS는 40피트(약 12m) 표준 규격 컨테이너 안에 '스트라이크 모듈'로 불리는 Mk.41 4셀을 갖추고 있다. Mk.41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사의 자료에 따르면 이 발사기에서는 토마호크와 SM-6뿐만 아니라 스텔스 장거리 대함 미사일인 LRASM, 개량형 SM-6 블록 1B, ICBM 요격용 SM-3 미사일까지 적재·발사가 가능하다.
TWS 포대는 작전통제소 컨테이너 1개, 발사기 컨테이너 4개를 기본 구성으로 삼되, 장전용 차량과 발전기 차량이 따라붙는다. 기본 구성에 레이더 같은 표적 획득 자산이 포함되지 않은 이유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TWS는 데이터링크를 통해 외부에서 표적 정보를 받아 미사일을 발사하는 시스템이다. 지정된 표적이 370㎞ 거리 이내에 있다면 그것이 군함·건물 심지어 항공기라도 SM-6 미사일을 발사해 5분 내에 파괴할 수 있다. SM-6 미사일 사거리 밖의 표적 공격 명령이 하달되면, TWS는 1,700㎞에 달하는 긴 사거리를 가진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한다. 370㎞라는 사거리는 오산·군산·평택에 있는 미군기지에서 언제든 기습적으로 평양을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1,700㎞라는 사거리는 주한미군 기지에서 유사시 베이징도 공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북한과 가까운 주한미군 오산·평택·군산 기지에는 C-17이나 C-5 같은 군용 수송기는 물론, 40피트 규격 컨테이너를 실어 나를 수 있는 대형 화물기들이 하루에도 몇 대씩 드나든다. 다시 말해 TWS가 실전에 배치돼 운용되기 시작하면 미군은 언제든 북한과 중국의 심장부를 타격할 수 있는 타격 자산을 자유자재로, 그것도 비밀리에 전진 배치할 수 있게 된다.
TWS의 이러한 위력은 이 시스템이 가진 확장 잠재성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TWS의 발사기에는 SM-6·토마호크뿐만 아니라 사거리 560㎞의 스텔스 대함 미사일인 LRASM,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 능력을 가진 신형 SM-6 블록 1B, ICBM 요격 능력을 가진 SM-3 블록 2A도 들어간다. TWS는 데이터링크를 통해 표적 정보를 받아 미사일을 쏘는 단순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미군이 사용하는 미사일 중 Mk.41 수직발사기를 이용해 발사되는 거의 모든 미사일을 다 쏠 수 있다.
TWS 1개 포대가 군산기지에 배치된다고 가정해보자. 이들은 유사시 북한·중국이 탐지하기 어려운 스텔스 미사일인 LRASM 16발을 거의 동시에 발사해 서해 전역의 북한·중국 군함을 마음대로 타격할 수 있다. LRASM의 기본 사거리는 560㎞지만, 최대 비행거리는 900㎞가 넘기 때문에 위성 데이터링크가 끊어지지만 않는다면 북한 전역은 물론 다롄·칭다오·닝보 등 중국 핵심 해군기지들의 전투함들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다.
TWS에서 발사되는 SM-6 블록 1B 미사일도 북·중에 대단히 위협적이다. 이 미사일은 신의주-신포 이남 지역은 물론, 산둥반도 상공의 모든 비행체를 요격할 수 있다. 이 미사일은 기존의 SM-6 미사일을 개량해 항공기와 순항 미사일은 물론, 전술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무기도 요격할 수 있도록 만든 무기다. 대함 타격 능력도 있기 때문에 서해상 공중·해상 모든 표적에 치명적인 공격을 가할 수 있다. 반경 500㎞ 내의 모든 공중 표적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은 TWS의 주한미군 배치만으로 남한 전체의 전구 미사일 방어 능력이 크게 향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TWS는 Mk.41 스트라이크 모듈을 사용하고 있고, 포대 지휘소의 메인 시스템으로 이지스 전투체계의 구성 요소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큰 개조 없이 SM-3 미사일 운용도 가능하다. 실제로 미 연방정부 회계감사원(GAO)이 지난 5월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은 괌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을 위해 이지스 전투체계와 C2BMC·IBCS 등 미사일 방어·방공지휘통제 시스템을 TWS와 연동할 계획이다. 다시 말해 TWS가 군산에 배치되면 최신 탄도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갖춘 이지스 구축함이 서해에 와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신 SM-6와 SM-3 미사일을 탑재한 TWS가 군산에 배치되면 북한과 중국이 발사한 탄도 미사일을 상승·중간 단계에서 요격할 수 있고, 그들의 극초음속 미사일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미군이 이 TWS를 한국에 배치할 의지가 있냐는 것이다. 지난 6월 미 의회 조사국(CRS) 보고서에는 "이 시스템의 사거리 제한을 고려할 때, 이들 부대를 해외 기지에 배치하지 않으면 이들 부대의 효과를 제한하거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 "이것을 어디에 배치할지는 정책 입안자들과 외교관들이 결정할 과제"라고 적시돼 있다. 다시 말해 TWS는 해외, 특히 중국과 가까운 곳에 반드시 배치되어야 하는 무기라는 것이다. 미국은 2024 회계연도 말까지 TWS 4개 포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즉, 내년이 되면 TWS 주한미군 배치에 대한 제안이 우리 정부에 들어올 것이다. TWS는 과거 중국의 보복과 사회적 갈등을 야기했던 사드와는 차원이 다른 전략무기이기 때문에 TWS 배치에 따른 정치적 부담은 고스란히 우리 정부의 몫이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이 부담을 지는 대신 미국에 어떤 전략적 반대급부를 요구할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협상 전략을 잘 짜면 미국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고, 한미동맹 위상 강화는 물론, 한국의 국제정치적 지위의 '퀀텀 점프'도 가능할 수 있다. 과거 냉전 시기, 서독은 모스크바에 맞선 최전선 기지로 역할을 하며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지원과 양보를 받아내 세계적인 경제 대국이 됐다. 신냉전 시기, 우리나라 역시 베이징에 맞선 최전선 기지가 되어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