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기술직(생산직) 가운데 최고 수준의 처우가 보장돼 '킹산직(생산직의 왕)'으로 불려온 현대자동차 기술직에 첫 여성 합격자가 나왔다. 내년까지 총 700명을 뽑겠다는 현대차 계획에 따라 10년 만에 실시한 1차 공개 채용에서 200명을 선발했는데 이 중 6명의 여성 지원자가 합격하면서다.
10일 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가 1차 합격자를 발표했다. 3월 서류 접수 당시 접속자가 몰려 홈페이지가 다운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는데 200명의 합격자 중 여성 비율은 3%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기술직 공채에서 여성을 뽑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이번 합격자들은 8월 초 입사해 4주 동안 교육을 받은 뒤 9월부터 울산공장 등에서 일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올해에는 200명씩 두 차례 기술직 신입 사원을 뽑고, 내년에는 300명을 추가로 뽑아 총 700명의 기술직 신규 채용을 진행할 계획이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신규 채용에 여성이 포함된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현대차가 여성 기술직 채용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속노조는 이날 "회사 창립 후 여성 노동자에게 처음으로 열린 기술직 공채의 문"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앞으로 신규 채용 합격자 명단에 더 많은 여성 노동자가 배제 없이 채용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조업 사업장에 모든 여성 노동자가 성별로 인한 차별 없이 채용돼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유럽 완성차 업계에서는 최근 수년 사이 여성 기술직 채용이 크게 늘었다. 공장 자동화 흐름과 맞물려 섬세한 조립이 더 중요시되면서다. 독일의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성별에 관계없이)가장 잘 훈련된 인력을 뽑는다"며 "공장별로 다르지만 여성 기술직 비중은 15~30% 수준"이라고 했다. 아우디의 경우 ①유연한 근무시간 ②법정 육아휴직 후 최대 4년까지 재고용 보장 ③직원 자녀 대상 어린이집 돌봄 서비스 ④휴가 및 연휴 기간 돌봄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국내 자동차 생산공장에서 '금녀의 벽'이 깨진 상징적 채용 결과에 만족하지 말고 현대차 노사가 여성친화적 근무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문한다. 문학훈 오산대 자동차과 교수는 "여성이 공장에서 못 할 일은 거의 없다고 본다"면서도 "회사는 이번 채용을 계기로 복지 제도를 갖추고 노조 또한 남성 중심적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