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당직자 50여 명이 집단 탈당한 정의당에 불어닥친 위기감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자칫 당의 존립까지 걱정해야 할 시간이 다가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당 지도부의 상황 인식이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의당의 위기 상황은 점입가경이다. 위선희 전 대변인과 정혜연 전 부대표 등 당원 50여 명은 지난주 금요일 집단 탈당을 선언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당을 떠난 천호선 전 대표와 함께 신당 창당에 나설 예정인데, 신당이 가시화할 경우 추가 탈당 가능성도 있다. 남은 사람들의 노선싸움도 더 거세질 전망이다. ‘탈이념 제3지대론’을 내건 장혜영 류호정 의원 등은 ‘당 해체 후 신당 창당’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가능하지 않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조국 사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란을 겪으면서 ‘더불어민주당 2중대’란 오명까지 뒤집어쓴 정의당은 몇 년간 혁신 작업에 몰두했다. 하지만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 참패가 말해주듯 혁신 작업은 실패했다. 방향성을 상실한 채 표류 중인 상황에서 총선이 다가오자 위기감이 커진 진보 진영이 분열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급해진 당 지도부는 정의당 중심의 재창당을 선언하면서 ‘노동과 녹색, 지역’ 등 전통적 진보 세력 규합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본 일부 구성원들은 “정의당은 시민들과 함께할 수 없는 닫힌 정당이 돼 버렸다”(정혜연 전 부대표)면서 당을 떠났다.
2017년 대선에서 202만 표를 획득해 진보 정치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준 '심상정 효과'의 가장 큰 성공 전략은 국민들과의 공감대 형성이었다. 민의와 멀어진 통합진보당 사태 직후, 벼랑 끝에 몰린 진보 정치 회생을 위해 출범한 정의당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후 정의당이 걷는 길에서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당의 존립까지 걱정해야 할 지도부라면 생존을 위한 자구책이 아닌 진보 정치를 향한 국민 열망을 담아내는 데서 재출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