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방문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가입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대신 우크라이나 안보를 이스라엘 수준으로 보장하겠다는 당근책을 제시했다. 러시아와의 극한 대립은 피하면서 나토 중심으로 서방 국가 단결을 꾀하겠다는 의도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종전 후 나토 가입’ 쪽으로 방향을 틀어 바이든 대통령의 짐을 덜어줬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미 CNN방송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 투표를 요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인 지금 (우크라이나를) 나토 회원국으로 편입할지에 대해 만장일치의 의견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1일부터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기간 나토 가입 투표를 시도하겠다고 머리를 들이대던 우크라이나를 한발 물러서게 정리한 발언이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상태에서 우크라이나를 나토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면 나토 전체가 러시아와 다시 전쟁을 해야 한다. ‘회원국 일방에 대한 무력 공격은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필요시 무력 사용과 원조를 제공한다’는 나토 헌장 5조가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안으로 미국이 이스라엘에 제공하는 방식의 안전 보장책을 우크라이나에도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브리핑에서 △다양한 형태의 군사 지원 △첩보ㆍ정보 공유 △사이버 지원 △다른 형태의 물자 지원 등을 제공 방안으로 제시했다. 미국은 물론 다른 동맹과 우방 국가도 나서 다자 틀 안에서 우크라이나의 장기적 안보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가로막고 있는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압박을 가했다. 튀르키예가 원하는 미국의 F-16 전투기 구매와 유럽연합(EU) 정회원 가입 시도 지지 카드로 완전체 나토를 끌어내겠다는 계획이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을 거들었다. 그는 미 ABC방송 인터뷰에서 전쟁이 끝나면 EU와 나토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전쟁이 끝나면 우리는 EU 회원국이 되기 위해 법적 틀에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나토 국가들의 소중한 파트너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