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출정식을 마치고 실전모드에 돌입했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8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이티와의 평가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출정식을 겸한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전반 16분 선제골을 내주고도 후반 6분 지소연(수원FC)의 페널티킥과 36분 장슬기(현대제철)의 중거리 포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한국 대표팀의 강점과 약점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일전이었다. 우선 벨 감독이 강조해온 ‘고강도 훈련’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났다. 벨 감독은 지난달 18일 월드컵 대비 소집 훈련을 시작한 이후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 속에서 하루 두 번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하며 대표팀의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벨 감독은 “더 이상 90분 경기는 없다. 95분, 98분, 100분까지도 뛸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선수들이 “입맛을 잃을 정도로 힘들다”고 호소할 만큼 혹독한 고강도 훈련을 실시한 끝에 대표팀은 아이티전 후반 상대선수들의 발이 느려진 틈을 타 그라운드를 완벽하게 장악했다.
최종 모의고사에서 기분 좋은 성적표를 받아 들었지만, 대표팀은 본선 무대에 나서기 전 풀어야 할 숙제도 떠안았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공수전환 상황에서의 기동력 향상이다. 이날 대표팀은 상대의 빠른 역습에 여러 차례 뒷공간을 노출했다. 실점 장면이 대표적이다. 아이티 진영 페널티박스 앞에서 압박을 펼치던 대표팀은 상대 골키퍼에서부터 시작한 단 3번의 패스에 무너졌다. 수비전환이 늦어진 탓에 상대선수들이 간결한 패스와 빠른 돌파로 수비라인을 깨트리는 장면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감독과 선수들도 느린 공수전환을 대표팀의 약점으로 꼽았다. 벨 감독은 경기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비전환이 느리다는 것을 이번 경기를 통해 확인했고 훈련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소현(토트넘)도 “수비와 공격 전환 속도가 부족했다”고 짚었다. 본선 첫 상대인 콜롬비아는 아이티와 비슷한 공격 스타일을 구사하는 팀으로 알려져 있다. 첫 경기 승점 3을 노리는 대표팀으로서는 반드시 공수전환 속도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골결정력이다. 축구 통계사이트 소파스코어에 따르면 이날 대표팀은 13개의 슈팅을 때리며 여러 차례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어냈지만, 골문 앞에서의 결정력은 다소 부족했다. 한국이 득점에 성공한 페널티킥골과 중거리 원더골은 본선 무대에서 흔하게 나올 수 있는 장면이 아닌 만큼, 결정력 보완을 통해 필드골 성공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
아이티전을 끝으로 국내 일정을 모두 마친 벨호는 10일 결전지인 호주로 출국한다. 대표팀은 16일 네덜란드와의 비공개 친선전으로 마지막 점검을 마친 후 25일 콜롬비아, 30일 모로코, 다음 달 3일 독일과 H조 조별리그 경기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