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어쩌죠?” “전신마취하면 머리가 나빠진다고 하는데.” “수술 도중 마취에서 깨면 어떡하죠?”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마취가 잘 안 된다고 들었는데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인 필자에게 수술을 앞둔 환자들이 흔히 하는 질문들이다. 이처럼 마취에 대한 두려움이 많고, 오해도 적지 않다.
전신마취는 마취제를 몸에 투여해 중추신경 기능을 억제함으로써 의식ㆍ지각ㆍ감각ㆍ운동 기능을 일시적으로 소실시켜 수술을 용이하게 만드는 것이다.
전신마취는 흡입 마취제를 폐 속으로 흡입시켜 혈액을 통해 중추신경계 기능을 억제하는 방법과 프로포폴처럼 의식을 소실시키는 약제와 레미펜타닐처럼 통증을 억제하는 약제를 정맥 투여해 수면ㆍ진정ㆍ마취 작용을 나타내는 방법 등이 있다.
마취제는 흡입 마취제와 정맥 마취제를 단독 또는 적절히 조합해 사용한다. 약제마다 약리 특성이 다르기에 작용 시간도 일정하지 않지만 마취약 투여를 중단하면 폐나 콩팥, 간에서 배출돼 뇌신경 기능이 회복된다.
뇌파를 측정해 마취 깊이에 따른 의식 소실 정도를 모니터링하기에 안전하게 마취제 투여를 조절할 수 있다. 다만 뇌나 심장 수술을 받는 중환자라면 마취제가 체내에서 완전히 배출돼도 의식 회복이 다소 느려질 수 있다.
또한 신경근 차단제를 투여해 호흡·전신 근육 움직임을 억제해 기도 삽관과 인공호흡을 쉽게 하도록 하고 수술 도중 자극에 의해 근육이 움직이는 걸 막는다. 물론 수술이 끝나면 신경근 차단제를 역전시키는 약물을 투여해 근육 기능을 회복하게 만들어 자발 호흡과 운동 능력이 정상적으로 되돌아오도록 한다.
환자는 마취됐을 때 상황을 전혀 기억할 수 없기에 깨어난 뒤 낯선 회복실 환경을 혼란스러워하거나 소동을 피우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고령 환자는 일시적으로 섬망(譫妄)이나 인지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마취 환자의 간이나 콩팥 기능이 떨어졌으면 약물 대사ㆍ배출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마취 약물 선택에 주의해야 한다. 마취 환자가 평소 자주 술을 마시거나 복용하는 약이 있으면 마취제 약리 작용이 다를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전신마취를 하면 기계 호흡에 의존하므로 무기폐(無氣肺ㆍ기관지가 막혀 폐 일부에 공기가 전혀 들어가지 못하는 상태)가 생길 수 있어 심폐 기능이 저하된 환자는 수술 후 합병증을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는 수술 전 환자 병력을 파악하고 다양한 검사를 시행하는 등 마취 전 평가를 통해 안전한 마취 계획을 세워야 한다.
전신마취 전에 금식이 필요한데 이는 위 속 내용물이 구강 내로 역류해 기도로 넘어가 흡인성 폐렴이나 기도 폐쇄로 질식할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물이나 보리차 한두 컵 정도는 수술하기 2~4시간 전까지 마셔도 문제없다.
마취제가 인간 뇌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인 필자도 전신마취를 3번이나 받았다. 전신마취가 유쾌하지 않은 일이지만 두려워하거나 공포를 느낄 필요는 전혀 없다. 많은 환자들이 다양한 이유로 전신마취하는데 마취할 때에는 반드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와 적절한 장비를 갖춘 병원에 가서 하는 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