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크라에 '무차별 살상무기' 집속탄 지원 승인… 국제사회 우려

입력
2023.07.08 10:11
바이든 "어려운 결정… 동맹과 상의"
"충분한 탄약 생산 때까지 과도기 지원"

미국이 결국 국제적으로 사용이 중단된 살상무기인 집속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과도기 동안만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인도적 논란은 불가피하다.

미 국방부는 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포함해 고속기동로켓시스템(HIMARS) 탄약 등 모두 8억 달러(약 1조412억 원) 규모의 신규 군사 지원을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불발탄 비율이 40%에 달해 대규모 민간인 희생으로 번질 수 있는 집속탄 지원이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동맹을 비롯해 의회와 상의해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집속탄은 국제사회에서 상당수 국가가 사용 중단을 선언한 무기다. 현재 120여 개국이 집속탄 사용 및 제조, 보유, 이전을 금지하는 '집속탄에 관한 협약(CCM)'에 참여했지만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는 서명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미국은 국내법을 통해 불발률 1%가 넘는 집속탄의 생산 및 사용, 이전을 금지하고 있다.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중대한 국가 안보 상황에서 무기 수출 제한에 관계없이 대통령이 원조를 단행할 수 있다는 대외원조법 예외 조항을 근거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핵심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저지할 무기를 가지고 있느냐였고, 나는 우크라이나가 이 무기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방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영구적이 아니라 과도기 동안 우리가 충분한 포탄을 생산할 때까지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가 탄약 부족에 시달리는 만큼 미국이 155㎜ 곡사포용 포탄을 충분히 생산할 때까지만 집속탄 지원이 이뤄질 것이란 얘기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무기 부족과 수적 열세에 몰린 우크라이나의 최근 대반격이 주춤하자 집속탄 지원을 검토해왔다.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 공격에 집속탄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별도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가 충분한 무기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어갈 경우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높은 상황"이라며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신중하게 사용하겠다는 우크라이나의 서면 약속이 있었다"고 밝혔다. '무차별 살상'이 아닌 '주권 보호'를 위해서만 사용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결정을 둘러싼 우려는 가시지 않는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반 러시아의 집속탄 사용을 강력하게 규탄한 바 있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 집속탄을 마지막으로 사용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집속탄 사용에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권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