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신빙성, 해양 영향 논란 계속될 듯... "코로나처럼 소통할 필요도"

입력
2023.07.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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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전문가들 반응... 불신·우려도 여전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계획을 검토한 정부가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놓았지만, 평가가 엇갈리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표가 추후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ALPS 고장 나면 재정화·방출중단

7일 공개된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계획에 대한 과학기술적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다핵종제거설비(ALPS·핵종 정화)→K4탱크(측정, 확인)→해수 공급(삼중수소 희석)→해양 방출'로 구성된 계획에 대해 △핵종(방사성 물질의 종류) 정화·희석 능력의 충분성 △이상상황 발생에 따른 조치 및 대응능력 △단계별 방사능 측정·감시의 적절성 △핵종 농도 측정의 신뢰성 △방사선영향평가의 적절성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했다.

ALPS는 여러 차례 고장이 있었고, 그중 2차례는 정화 성능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원인을 분석하고 재질 변경, 점검 강화 등의 조치를 시행한 후엔 고장이 재발하지 않았다. ALPS 입출구 농도와 오염수 저장탱크 농도를 분석한 결과 2019년 5월 이후엔 배출기준을 초과하는 핵종이 없었다. 그때부턴 ALPS가 제 성능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방류 전 오염수 속 핵종의 총 농도는 해양 배출기준을 충족한다고 분석됐다. ALPS가 고장 나도 재정화가 이뤄지거나 방출 중단 장치가 가동되지만, 정부는 필터 점검주기를 현행 3년보다 단축하고 ALPS 입·출구 핵종 측정을 보완할 것을 일본에 요구하기로 했다.

오염수 방류 이후 후쿠시마 인근 주민의 예상 피폭선량은 방류 시스템이 정상 운영될 경우 1년에 최대 0.00003mSv, 오염수 3만 톤이 하루 만에 누출되는 등 사고가 날 경우엔 최대 0.01mSv로 나타났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권고하는 일반인 선량한도(1년에 1mSv)를 훨씬 밑돈다. 이보다 먼 한국은 인체 영향을 더욱 적게 받을 것이란 뜻이다.

"충분한 설명" VS "신빙성 의문"

전문가들 평가는 엇갈렸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IAEA 보고서의 경우 방류가 인체·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평가해 무시할 수 있는 정도임을 보여줬다면, 정부 보고서는 ALPS 등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담았다"고 말했다. 반면 김용수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일본이 준 자료, IAEA에 공유한 자료를 토대로 잘 정리했다"면서도 "자료를 잘못 줬다면 해석도 잘못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빙성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고 했다. 오염수 해양투기 헌법소원 청구 대리인단장인 김영희 변호사는 "해양 투기의 부정적 측면, 이외의 대안, 제3자 감시 제안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부실하다고 혹평했다.

정부는 바다와 수산물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용훈 카이스트(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적어도 사회적 우려가 없어질 때까지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일기예보나 코로나19처럼) 세세한 상황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도 "정부의 정책과 해설을 한데 모은 누리집을 운영하면서 정보를 투명·신속하게 공개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수산물 수입금지, 유지할 수 있을까

정부의 '긍정' 평가 때문에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유지하기 어려울 거란 우려가 적지 않다. 권오상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2013년까지 고농도 오염수가 바다로 방출돼 환경오염이 발생했지만 일본은 이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일본산 수산물에서 미량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면 다른 17개 추가 핵종 증명서를 요구하는데, 일본은 이 역시 제출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수입규제 조치 유지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정치적 압박은 있겠지만, 정부가 '방류해도 문제없다'고 표명하지만 않는다면 수입규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해양법 전문가는 "일본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재제소할 가능성도 있지만, 시간이 오래 소요될 수밖에 없다"며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한 규제를 풀 수 없다고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