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듯 마려운데 나오지 않는 오줌… ‘급성 요폐’, 콩팥 기능 망쳐

입력
2023.07.0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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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46)씨는 며칠 전부터 소변이 마렵지만 막상 화장실에 가면 소변이 잘 나오지 않았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얼마 전 낭패를 겪었다. 오줌보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이어서 화장실을 가도 소변이 나오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아랫배 통증만 심해졌다. 결국 응급실을 찾았더니 ‘급성 요폐(acute urinary retention)’ 진단을 받았다.

급성 요폐는 중ㆍ장년층 남성이 흔히 겪는 증상이다. 남성 방광은 400~500㏄의 소변을 담는다. 요폐로 소변이 빠져나가지 못하면 방광이 1,500㏄ 이상까지 부풀어오른다. 이렇게 방광 크기가 정상보다 3배 이상 부풀면 아랫배가 볼록하고 탱탱해지며 통증도 심하다.

급성 요폐의 가장 흔한 원인은 50대 이후 남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전립선비대증이다. 대한비뇨기과학회에 따르면 남성 급성 요폐 환자의 70% 정도가 전립선비대증 때문이었다. 노화로 인해 커진 전립선에 요도가 압박을 받아 이완되지 않으면서 소변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는 것이다.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감기약을 복용했을 때도 급성 요폐가 발생할 수 있다. 유대선 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감기약에 든 항히스타민제와 교감신경흥분제가 방광 근육과 전립선의 평활근을 수축시켜 소변이 나오는 방광 입구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이 밖에 전립선암, 요도 협착, 전립선비대증 약물을 중단하거나, 전립선 수술 후에 일시적으로 급성 요폐가 나타날 수 있다. 심한 변비나 당뇨병 등도 급성 요폐의 원인일 수 있다.

과음도 조심해야 한다. 과음한 상태에서 잠들면 소변량이 늘어 방광이 갑자기 심하게 팽창하는데 새벽에 아랫배가 아파 화장실에 가도 정작 소변을 보지 못할 때가 많다.

급성 요폐를 방치하면 방광 근육 수축력이 떨어져 방광 내 압력이 상승하고 결국 방광이 본래 기능을 잃게 된다. 소변 생성과 배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콩팥도 망가뜨린다. 또 요로 감염과 방광 결석 등을 일으킬 수 있어 조기에 적극 치료해야 한다.

박성열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당뇨병 같은 기저 질환이 있으면 감염이 심해지면서 비뇨기에 패혈증이 생길 수 있고 자칫 콩팥을 적출하거나 목숨을 잃기도 한다”고 했다. 특히 소변을 오랫동안 잘 누지 못하면 만성콩팥병으로 악화돼 투석(透析)해야 할 수도 있다.

급성 요폐가 발생하면 통증을 줄이기 위해 응급 처치로 소변을 뽑은 다음 요도로 도뇨관을 밀어 넣어 인위적으로 소변을 배출한다. 대개 급성 요폐가 생기면 방광 근육이나 점막이 손상된 상태여서 1~2주 정도는 도뇨관을 삽입한 채 방광이 다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급성 요폐를 예방하려면 소변을 억지로 참지 말아야 한다. 소변을 너무 오래 참으면 요도를 압박하는 방광 근육이 잘 풀리지 않아 소변을 보려고 해도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요의(尿意)를 느꼈을 때 바로 소변을 보는 것이 좋다.

반대로 방광이 예민한 과민성 방광 환자는 소변이 차지 않았는데도 자주 화장실을 찾게 된다. 이럴 때에는 급성 요폐와 반대로 소변을 조금 더 참았다가 보는 것이 오히려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전립선비대증은 급성 요폐의 가장 흔한 원인이기에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감기약을 먹는다면 처방을 받기 전에 반드시 이 질환으로 약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감기약이 소변의 원활한 배출을 돕는 방광 근육과 전립선의 평활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립선비대증약은 감기약을 먹더라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술ㆍ커피ㆍ홍차ㆍ콜라 등을 피하고 평소 다양한 채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등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게 좋다. 따뜻한 물로 좌욕하면 전립선과 회음부 근육이 이완되고 혈액순환을 촉진하기에 급성 요폐 예방에 도움이 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