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위기의 인문학

입력
2023.07.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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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자 한국일보의 단독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서울대학교에서 개교 이래 처음으로 인문대학에서 단과대 개혁을 위한 교수위원회를 구성해, 위기에 빠진 인문 관련 학과들을 살리고자 한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인문학의 위기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닌 터라 웬일일까 싶었다. 그래서 교육과 관련된 기사를 훑어보게 되었는데, 교육부가 발표한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있었다.

교육부는 지난 6월 28일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안에 따르면, 71년 만에 학부나 학과 중심으로 운영되던 대학의 기본 조직이 폐지된다. 이제 대학들은 자율적으로 학과를 신설하거나 통합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1학년 학생들도 전과를 할 수 있게 됐다. 그야말로 대학에 운영의 자율권을 크게 부여한 느낌이다. 그렇지 않아도 몇 년 전부터 대학에서는 전공을 정하지 않고 입학하는 자율전공학부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딱히, 자기 적성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자율전공학부 제도는 무척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대와 이공계에 쏠림 현상이 심각한 오늘날, 대학의 학과와 학부를 폐지하는 것이 최선일까 싶다.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자조적인 신조어가 자연스러워진 작금의 상황에서 학과나 학부와 상관없이 대학에서 신입생을 선발하게 되면, 취업에 유리한 전공에 학생들이 몰릴 것은 너무도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지난 2021년 교육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문 분야의 학과 수는 2000년 1,645개에서 2021년 1,628개로 줄어들었다. 특히 철학과 상황은 오래전부터 더욱 심각했는데, 국가교육통계연구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철학과는 전국적으로 2011년 80개에서, 2021년 60개로 25%나 감소했다. 그에 따라 철학은 대학에서 비판적 혹은 논리적 글쓰기와 같은 교양수업으로 자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대학 밖에서 인문학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학에서 철학과 전공이 사라져 학문후속세대 양성이 어렵다면, 지금처럼 힘겹게 지탱하고 있는 철학은 사멸하고 말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염려는 인문학자들의 몫인 듯하다. 이를 다루는 언론이 많지 않다. 대부분 언론은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정보를 전하는 데 그칠 뿐이기 때문이다. '기초학문 붕괴'를 염려하는 기사는 손에 꼽힐 정도다. 수능시험에 킬러 문항과 관련된 뉴스에 비하면 그 보도의 수가 턱없이 적다는 점에서 한 사람의 인문학자로서 비애를 느낀다.

인류는 공동체 안에서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쳐 오늘의 문명을 이루었다. 그리고 지금 과학혁명을 거치며 본격적인 인공지능(AI) 시대를 앞두고 있다. 앞으로 챗GPT와 바드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많은 부분에서 인간을 대신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할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질문해야 한다. 그리고 답을 찾아야 한다. 단언하건대, 그 답을 찾는 과정은 인문학에 있다.

다시금, 인간에게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를 생각해본다. 답은 단순하다. 인류는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함께 잘 살아야 한다.


윤복실 서강대 미디어융합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