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8> 노동시장 활력 정책
지난해 말 발표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의 추가 개혁과제로 노동시장 활력 제고를 위한 고용정책 강화가 제시되었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저하에 대응하여 노동력 감소에 대한 종합대책 마련을 제안한 것이다. 주요 내용은 여성이 경력단절과 차별 없이 일할 수 있는 여건 개선,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을 촉진할 수 있는 지원 강화, 고령자가 숙련과 경험을 활용하여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개혁과제에 동의하면서, 청년층에 대한 관심과 달리 그동안 고용정책의 대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중장년층과 여성에 대한 고용정책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우리나라에서 중장년층인 40∼64세에 해당하는 인구는 2020년 센서스 기준 총 인구의 39.4%에 해당하는 1,966만4,000명이고,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3분의 1 수준에 달한다. 2022년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연령은 남성이 51.2세, 여성은 47.6세로 평균 49.3세다. 중장년층 대부분은 50대 초반에 주된 일자리에서 이직한 후에 취업과 실업 상태를 반복하며, 일자리의 질과 임금 수준이 저하되는 불안전성을 겪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 중장년층의 디지털 역량이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그다지 높지 않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기술구조 변화 등에 대응한 일자리 변화 속에서, 경제와 개별 가정의 핵심인 중장년층이 미래를 대비하는 다양하면서도 적절한 직업능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이때 직업교육훈련은 개인별 능력진단 및 상담을 통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적어도 중장년층에 진입하는 40세 이상의 재직자에게는 노동시장에서 탈락을 예방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능력진단과 커리어 상담의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한편, 여성은 어떠한가?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여성 고용률은 OECD 국가군 중에서도 매우 낮으며, 여전히 경력단절을 겪고 있다. 재취업에도 어려움이 많다. 혹자는 여성 고용이 확대되면, 출산율도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물론 OECD 국가 전반에 걸쳐서 출산율은 하락하고 있고, 여성 고용률은 높아지는 추세다. 그러나 최근 영미 국가들과 유럽의 대륙 국가들은 북유럽과의 차이를 줄이면서 여성의 높은 고용률과 출산율을 함께 달성해가고 있다. 특히 스웨덴, 포르투갈, 덴마크, 네덜란드, 스위스 등은 막내 자녀의 나이가 0∼2세인 여성의 고용률이 70%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어린 자녀가 있는 여성의 고용률이 낮은 나라는 우리나라와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등 남유럽 일부 국가다.
여성고용 정책은 육아에 대한 부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30∼40대의 여성 고용률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근 확대되는 가족정책의 정책설계 시에도 일하는 여성에게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한편, 향후 일자리 수요의 대부분이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등 STEM 분야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견되나, 여성 전공자 수가 적을 뿐 아니라, 남성에 비해 취업률도 낮기 때문에 여성들이 향후 비전통적 영역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과 고용서비스의 노력도 필요하다. 이미 여성 고용률이 높은 나라에서는 건설과 같은 남성 중심 영역에서 여성이 직업훈련 참여 시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고, 공공 고용서비스 진출도 장려하고 있다.
최근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라 외국인 고용 확대가 논의되고 있으나 외국인 고용 확대로 건설업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내국 인력 감소, 특히 중년 남성과 여성층 고용의 감소를 가져오는 점이 발견(정성진·김희삼, 2020)되고 있다. 또한 외국인 고용이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여성 고용은 0.15%포인트 하락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이규용, 2017). 더욱이 디지털화돼 가는 사회변화를 볼 때 미래에는 적정 인구나 생산인력이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통해 중장년층과 여성 등의 내국인 노동력 활동도를 제고하면서 노동시장의 활력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