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이 설득하고, 차관도 나섰지만... "불안해요" 이어진 해지 행렬

입력
2023.07.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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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불안 확산 현장]
예·적금 해지 쇄도... 1시간 넘게 대기
연체율 확인 위해 지점 직접 찾기도
5000만 원 이하 예치자 "큰 걱정 없어"


"아이 대학자금으로 쓰려고 만든 예금인데요. 잘못될까 걱정돼서 오늘 아예 해지하려고요."

6일 오전 11시 경기 남양주시의 화도새마을금고 평내지점은 상담을 기다리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여기는 600억 원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논란이 일던 옛 동부새마을금고로, 인근 화도새마을금고에 인수되면서 지점명이 바뀌었다. 평소 이 시간이라면 대기 고객이 10명도 안 되었겠지만, 새마을금고가 심상치 않다는 소식을 듣고 불안한 고객들이 몰려들었다. 아이 학자금으로 5년간 예금 2,000만 원을 모은 임모씨도 그중 하나다. 임씨는 "지점 통합 문자를 받고 달려왔는데 1시간째 기다리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고객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안심하라는 정부의 발표에도 당장 돈을 빼야겠다는 이들이 전국 지점 곳곳으로 향하고 있다. 다만 일부에선 "책임지겠다"는 정부 말을 믿고 차분히 지켜보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불안한 고객들 "정부 발표 못 믿어"

행정안전부 등 정부 관계기관은 이날 새마을금고의 지급여력이 충분하며 연체율도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금고에 돈을 맡긴 이들의 걱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날 오전 서울 동대문상가본점을 찾은 서유진(46)씨는 "정부가 잃은 내 돈을 책임지진 않을 것 같다"며 "누구부터 얼마씩 어떻게 돌려주는지도 모르는데 뭘 믿고 맡겨두냐"고 지적했다.

합병 수순을 밟은 옛 동부새마을금고를 찾은 고객 다수는 이날 잇따라 예·적금을 해지했다. 김모(60)씨는 "만기가 4개월 남은 1억 원짜리 예금을 깨고 시중은행으로 돈을 옮겼다"며 "이자 손해를 보더라도 돈을 돌려받지 못할까 걱정 때문에 빼기로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세입자 전세보증금을 넣었다가 이날 예금을 해지했다는 박모(70)씨도 "딸도 3억 원가량 넣어뒀는데 빨리 빼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안한 마음에 다른 지점으로 발길을 돌린 이들도 있었다. 경기 의정부시에 사는 김희숙(70)씨는 이날 아침 집 앞 새마을금고를 찾았다가 사람이 몰려 있는 것을 보고 재빨리 거래 지점인 서울 동대문상가본점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김씨는 "처음에는 금리가 높은 예·적금 상품에 들기 위해 줄을 섰나 했지만 지점에 맡긴 돈이 안전한지 확인하기 위한 사람들이었다"면서 "입출금통장에 있던 2,000만 원 정도를 시중은행 계좌로 이체했다"고 말했다.

"상황 더 지켜보자" 반응도

반면 정부 발표 이후 비교적 안심하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이들도 적지는 않다. 직장인 김모(28)씨는 "정부도 괜찮다고 했고, 새마을금고 지점도 많아 한 지점이 어려워도 합병하면 되지 않냐"며 "넣어둔 돈이 많지는 않아 괜찮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중앙본점에 들른 김학규(82)씨는 "다른 데는 망해도 이곳은 부실하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다"며 "거래한 지 몇십 년이 된 터라 직원들도 잘 설명해주고 안심시켜준다"고 말했다.

각 지점 직원들은 발을 동동 구르는 고객들을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뺐다. 동대문상가본점의 직원 책상에는 오늘 정부가 발표한 내용이 담긴 기사를 출력한 종이가 놓여 있었다. 해당 지점 관계자는 "오늘 오전에만 5명이 '돈 안 빼도 괜찮냐'며 물어봤다"며 "고객들에게 찬찬히 설명할 수 있게 아예 기사를 인쇄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신기문 화도새마을금고 이사장 또한 직접 나서 지점을 찾은 고객들을 설득하고 있었다. 신 이사장은 "정부 발표 이후 어제보단 고객이 줄었다"고 전했다.

일부 지점에선 원금 및 이자 보장 각서까지 써주며 예금 해지 만류에 나섰다. 이날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이 방문한 서울 종로구 교남동새마을금고 경희궁지점의 이질남 이사장도 직접 고객 응대에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새마을금고 중 연체율이 10%를 웃돌고 부실 위험이 큰 30개 지점에 대해서는 특별검사를, 연체율이 평균보다 높은 70개 지점은 특별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현장에서는 부실 위험 30곳을 공개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3년간 새마을금고를 이용한 박모(43)씨는 "어느 지점이 믿을 만한지 알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서현정 기자
오세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