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영어 공교육 강화 차원에서 시내 학교에 원어민 보조교사를 추가 배치하겠다고 6일 밝혔다.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꺼내 든 '킬러 문항 배제' 정책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세 번째 임기 1년을 맞아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밝힌 내용이다.
조 교육감은 '3단계 교육혁명'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1970년대까지의 국가 주도형 교육(1단계), 권위주의적 교육을 벗어나려는 2000년대 혁신교육(2단계)으로부터 도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핵심 정책으로는 △서울교육 국제화 종합계획 수립 △토론수업 강화 △디지털·인공지능 교육으로 전환 △생태전환교육 강화를 꼽았다.
서울교육 국제화 계획의 골자는 영어 공교육 강화다. 우선 시내 공립학교 395곳 중 원어민 보조교사가 없는 169곳에 원어민 교사를 마저 배치하고, 전교생 1,000명 이상 학교에는 원어민 교사를 1명씩 추가 배치할 방침이다. 구체적 방안으로 경기 가평군에 있는 서울시교육청 소속의 '글로벌 언어·문화 교육원'을 서울로 옮겨, 이곳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원어민 교사를 시내 학교로 분산배치한다. 또 원어민 교사 채용에 따른 학교의 행정업무 부담을 덜어줄 방안도 강구한다. 다문화 학생 비율이 80%가 넘는 학교는 국제학교에 준하는 교육과정 자율성을 부여해 다문화 교육을 강화한다. 이런 학교들은 "국제학교형 다문화 특화학교로 운영할 수도 있다"는 게 조 교육감의 설명이다.
토론수업 강화책으로는 초중학교 31곳에 국제바칼로레아(IB)를 시범 적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IB는 탐구능력, 문제해결력 함양을 위한 국제 표준화 교육과정으로 대구와 제주가 시범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다만 IB 관련 대입전형을 도입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는 "국내 입시 경쟁이라는 블랙홀에 IB라는 국제적 도구가 빨려 들어가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며 거리를 뒀다.
조 교육감은 정부의 교육정책에는 '비판적 동의' 입장을 취했다. 수능 킬러 문항 배제에 대해 "킬러 문항은 변별을 위한 트릭(속임수)이고 사교육이 팽창해 국가 교육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비정상"이라면서도 "킬러 문항을 수사하듯 다루면 3~4개월 후 두더지 찾기 게임처럼 다른 부작용이 나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치적 입장을 넘어 협치와 숙의를 통해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초3, 중1을 상대로 학년 초에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를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시도교육청에 최대한 많은 학생이 참여하게 해달라고 권유한 것에 대해서는 "전수조사까지는 못 하겠지만 기초학력 문제는 강력히 추진하려고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