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에서 반도체법(CHIPS Act) 실무 집행을 담당하는 상무부 측이 5일(현지시간) 반도체법 지원 기업의 중국 내 생산 능력 제한 규정을 완화해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청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반도체법은 미국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기업은 중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대하면 안 된다고 규정(가드레일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10% 이상으로 높여달라는 게 한국 정부의 입장이다.
리넬 맥케이 미국 상무부 칩스 프로그램 국장은 5일(현지시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실리콘밸리 무역관 주최로 열린 콘퍼런스에서 이른바 가드레일 규정에 대해 "(미국 정부가)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한국의 반도체 기업은 중요하다"며 한국 정부의 요청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달 23일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400여 개 반도체 관련 기업이 3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고 한다. 이들 중 생존 가능성, 노동력 시장 기여도 등 미 정부가 정한 6개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기업들은 투자액의 5~15%를 직접 지원받는다. 투자 의향을 밝힌 기업 중에는 당연히 한국 회사도 있지만 구체적 숫자나 회사 이름 등은 "기밀"이라고 맥케이 국장은 전했다.
당국은 3억 달러 미만 투자 기업들에 대한 지원 계획도 올 가을쯤 구체적으로 알릴 예정이다. 맥케이 국장은 최소 투자 금액을 묻는 질문에 "없다"며 "3억 달러 미만 투자 기업에 대한 지원도 3억 달러 이상 기업과 같은 규모(투자액의 5~15%)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콘퍼런스에 참석한 국제반도체소재장비협회 세미 아메리카의 조 스토쿠나스 회장은 최근 중국 정부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에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 통제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갈륨은 미래 반도체 개발을 위한 연구용으로만 주로 활용되고 있고, 게르마늄은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도 수입이 가능해 당장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국내 전문가들의 진단과 비슷한 견해다.
코트라 실리콘밸리관은 11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반도체 소재·장비 종합 전시회 세미콘웨스트를 앞두고 반도체법이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 등을 점검하고 한국 기업들과 공유하기 위해 이날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상무부를 대표해 참석한 맥케이 국장은 민간 기업 프리스케일 반도체에서 이사로 활동하다 올 3월 칩스 프로그램 국장으로 영입된 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