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내년 보육 예산을 대폭 삭감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육아휴직 수당을 받을 수 있는 부모의 소득 기준을 크게 낮춰 정부 예산을 아끼기로 한 건데, 남성의 육아 참여율은 물론 나아가 전체 출산율까지 끌어내릴 거란 우려가 적지 않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 DPA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독일 연립정부 내각은 육아휴직 수당을 받는 부부의 연간 소득 기준을 현재 30만 유로(약 4억2,400만 원)에서 15만 유로(약 2억1,200만 원)로 절반까지 끌어내린 내용을 포함한 내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독일은 2007년 이른바 '부모수당(Elterngeld)'을 도입해 아동수당과 별개로 육아 휴직자에게 1년(둘째 아이의 경우 14개월까지 연장 가능)까지 최대 1,800유로(약 254만 원)의 지원금을 준다.
현지에선 이 제도가 독일의 출산율을 끌어올리고 남성의 육아 참여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 실제로 독일 합계 출산율은 2006년 1.3명에서 꾸준히 늘어 지난해 1.5명을 기록했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남성의 육아 휴직 비율 역시 최근 10여 년(2007~2019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었고,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도 같은 기간 43%에서 56%로 올랐다.
이에 보육 예산 삭감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기껏 끌어올린 출산율에 악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마틴 부자르드 연방인구연구소 소장은 "독일의 출산율이 증가하는 것은 부모수당 도입과 육아 시간 확대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도로테 바르 독일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 의원 역시 "부모수당 혜택에서 배제되고도 아이를 두 명 이상 낳겠다고 할 부모들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남성들의 육아휴직 유인을 떨어트리는 등 성평등 차원에서도 문제가 될 거란 목소리도 나온다. "통상 남성보다 급여가 적은 여성들이 육아휴직 기간 남편의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건 물론이고 남성들 역시 육아휴직에 나설 동기가 없어질 수밖에 없다"(로이터)는 것이다.
다만 독일 정부는 부모수당 혜택에서 제외될 고소득층 비율이 높지 않은 만큼 우려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리사 파우스 독일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 장관은 "이번 삭감안에 영향을 받는 건 전체 수급자의 약 5%인 반면 아낄 수 있는 내년 정부 예산은 2억9,000만 유로(약 4,100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