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 14개국 만난 한 총리, 지구 반대편서 강행군 펼친 이유는

입력
2023.07.0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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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콤 14개 회원국 중 13개국이 BIE 가입
2030 세계박람회 유치 위한 '중남미 표밭' 
"한·카리브 협력 기금 5배 증액" 약속도


"반드시 14개국 전부 만나야 합니다. 성사시키세요."
한덕수 국무총리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일(현지시간) 카리콤(CARICOM·카리브공동체)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길에 나서기 전 실무진에게 이같이 당부했다.

한 총리가 회의 개최지인 트리니다드토바고 수도 포트오브스페인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은 개막식 당일인 3일부터 5일까지. 만 72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출국을 코앞에 둔 시점까지 양자회담 일정이 잡힌 국가는 5, 6개에 불과해 14개국을 모두 접촉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한 총리의 의지는 강력했다. 이동시간 중에도 각국 회담 자료와 어젠다를 일일이 점검하고, 수차례 실무진을 불러 "일은 집요하게 해야 한다"며 일정을 잡도록 독려했다.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중심으로 외교부 중남미국의 노하우가 총동원됐다.

그 결과, 회의 개막 당일인 3일 2개국(트리니다드토바고·수리남)을 시작으로, 4일 5개국(가이아나·도미니카연방·자메이카·바하마·앤티가바부다), 5일 7개국(세인트키츠네비스·바베이도스·벨리즈·아이티·세인트루시아·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그레나다) 등과 양자회담을 진행했다. 일정을 30분 단위로 쪼개 쓰는 강행군이었다.

한 총리가 정성을 쏟은 이유는 이 지역이 2030 세계 엑스포 유치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중남미 최대 표밭인 탓이다. 카리콤 14개 회원국 중 트리니다드토바고를 제외한 13개국은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이다.

한 총리는 각국 양자회담에서 "한국은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어려운 시절을 견뎠고, 이제는 국제사회에 돌려드리는 것이 대한민국과 윤석열 정부의 외교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국 현안을 고려한 '맞춤형 협력'을 강조했다. 일례로 카리콤 회원국 고위 관계자가 카리브해에 이상증식하는 해조류 문제를 언급하자, 해양수산부와 카리브국가연합(ACS)이 양해각서를 체결해 기술 협력을 약속했다.

한 총리는 정상회의 둘째 날인 4일 카리콤 설립 50주년 기념회의에서 '한·카리브 협력 강화 방안'을 주제로 특별 연설을 했다. 기후변화 대응과 식량안보 등 카리브해 국가들의 관심 분야에 대한 협력 확대, 한국 기술 전수 강화 등의 내용이 골자다. 한 총리는 연설 말미에 "한·카리브 협력기금을 다섯 배 증액하고자 한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아울러 한 총리는 트리니다드토바고 재외동포를 초청한 만찬 간담회를 진행한 뒤 5일 두 번째 순방국인 파나마로 이동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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